'챔피언' 두산 3루수로 144경기 모두 출전하고 WBC 대표팀 발탁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 김태형(50) 감독은 지난해 3월 시범경기 기간에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다 불쑥 이런 얘기를 했다.
"사실 로메로가 잘했으면 허경민이 빛을 보지 못했을 거예요. 작년(2015년)에는 허경민이 용병 역할을 해줬죠."
2015시즌 두산 유니폼을 입은 데이빈슨 로메로(31·도미니카공화국)는 저조한 타격감 때문에 대타로 밀려나기 일쑤였고 내야 수비도 불안했다.
프로의 세계에서는 제 몫을 못하면 금세 자리를 빼앗긴다.
김 감독 설명대로 로메로의 부진으로 주전 기회를 잡은 선수가 허경민(27)이다.
허경민은 불과 1~2년 만에 KBO리그를 대표하는 3루수 중 한 명으로 급성장했다.
그는 지난 10일 서울 잠실구장 인터뷰에서 "나처럼 왜소한 사람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 이를 더 악물고 버텼다"고 2016시즌을 돌아봤다.
키 176㎝, 몸무게 69㎏으로 운동선수치고는 작은 체격인 허경민은 지난해 정규시즌 144경기 모두에 출전했다.
두산에서 정규시즌 단 하나의 경기에도 빠지지 않은 선수는 허경민이 유일하다. 그는 지난해 타율 0.286(538타수 154안타), 7홈런, 81타점, 96득점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허경민은 "모든 경기 출전은 정말 쉽지 않은 것 같다"며 "힘들어서 개인 성적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기록 하락을 두려워하진 않았다"며 미소를 지었다.
두산이 한국시리즈 2연패이자 21년 만의 정규시즌·포스트시즌 통합우승을 이룬 원동력을 설명할 때 허경민의 꾸준한 활약을 결코 빼놓을 수 없다.
2010년대 들어 KBO리그 최고의 3루수는 최정(30·SK), 박석민(32·NC)으로 정리되는 분위기였다. 황재균(30·롯데)도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릴 만큼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제 허경민이 '최고 3루수'에 도전하는 양상이다. 리그에서 맹활약을 펼치면서 국가대표로 선발되는 영광도 안았다.
그는 무릎이 안 좋았던 박석민을 대신해 태극마크를 달고 2015년 프리미어12에 출전해 우승에 힘을 보탰고, 이번에는 3월에 열리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두고 당당히 28명의 최종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프리미어12에는 허경민·황재균이 나갔고, WBC에는 허경민·박석민이 출전할 예정이다.
허경민은 "최정, 황재균 선배가 나보다 잘한다는 것은 인정한다"면서도 "그래도 나를 뽑아주신 건 그 선배들이 갖고 있지 않은 점이 나한테 있다고 기대하셨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차분하게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태극마크가 달린 파란 유니폼을 입고 있으면 대한민국 야구 팬들이 지켜봐 주신다는 생각에 영광스럽다"면서 "정말 떨리면서도 자부심을 느낀다"며 뿌듯해했다.
ksw08@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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