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로에서는 고교 친구들이 추모 음악회 열어
(부산=연합뉴스) 차근호 기자 =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정기 씨는 행사 내내 눈물을 닦아 냈다.
아들이 죽은 지 벌써 30년이 흘렀다.
14일 오후 4시 부산 부산진구 소민아트홀에서는 1987년 민주화의 결정적인 도화선이 된 박종철 열사를 죽음을 기리는 30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민주열사박종철기념사업회와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회원, 박 열사의 모교인 혜광고 동문, 유가족과 일반시민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행사는 추모영상 상영, 추도사, 추모시, 박종철합창단 노래공연, 유족인사로 진행됐다.
문정수 부산민주항쟁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추도사에서 "박 열사가 촉발한 민주주의가 아직 미완성의 과제로 남아있다"면서 "박 열사의 뜻을 받들어 법치가 이뤄지고, 함께 잘사는 사회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이날 참석해 "지금 촛불을 든 광장이 박종철 열사가 부활한 곳이라고 믿는다"면서 "2017년에는 새로운 정권, 새로운 대한민국이 서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날 맨 앞자리에 행사를 지켜본 정기 씨는 주먹을 꽉 쥔 채 임을 위한 행진곡 노래를 부르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수건으로 닦으며 아들을 그리워했다.
추모식이 끝난 뒤에는 박 열사의 누나 은숙 씨를 비롯한 참석자들은 '제11차 시국집회'가 열리고 있는 부산 서면을 찾았다.
신병륜 부산지역대학민주동문회연석회의 상임대표는 "87년에 20대 청년이었던 제가 50대가 되었지만 세상은 달라진 게 없다"면서 "종철이가 목숨을 버려가며 지키려 했던 그 뜻을 이제 이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시국집회에서는 오후 5시부터 사전행사로 박종철 열사 관련 다큐멘터리가 상영됐고, 본 집회에는 은숙 씨가 시민들을 만나는 행사도 열렸다.
비슷한 시각 부산 중구 광복로에서는 박 열사의 혜광고 고등학교 동기들이 모여 '고향 친구들이 친구 종철이를 추억하다'는 제목으로 추모 음악회와 사진전을 열었다.
박 열사는 부산 혜광고를 졸업하고 1984년 서울대 언어학과에 입학했다. 학생운동을 하다가 1987년 1월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로 연행돼 물고문 등 가혹 행위를 당한 끝에 숨졌다.
박 열사 고문치사 사건은 책상을 '탁'치니 '억'하고 죽었다는 경찰의 어처구니없는 은폐조작 사실 등이 백일하에 드러나며 6월 항쟁의 불씨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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