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거주 함형욱 씨…"한일 합의도 파기돼야"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해가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달 초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적지 않은 기부금이 도착했다.
온라인 결제 시스템인 페이팔을 통해 미국에서 입금된 기부금은 1천달러였다.
공교롭게 기부자가 해당 금액을 송금한 날은 한일 정부가 '위안부 합의'를 맺은 지 딱 1년이 되는 날인 지난해 12월 28일이었다.
정기 소액기부나 물품 기부가 많은 정대협에 그렇게 큰 액수의 기부나 외국에서의 기부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미국에서 도착한 1천달러에 어떤 사연이 있는지 궁금해진 정대협 측은 기부자에게 정중히 기부 이유를 물었다고 한다.
사연의 주인공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피츠버그에 사는 함형욱 씨였다.
함씨는 정대협에 보낸 메일을 통해 "미국인 부인인 제니퍼에게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야기를 다룬) 영화 '귀향'을 보여주었는데, 한국말을 모르는 부인이 한참을 울었다"고 전했다.
함씨는 "천성이 게을러 마음속으로만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께 도움이 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생각에만 그치다가 정대협 페이팔 후원을 발견하고 조그만 도움이나마 하게 됐다"며 기부 이유를 설명했다.
메일에는 최근 국내에서 뜨겁게 달아오르는 이슈인 '한일 위안부 합의'를 비판하는 내용도 들어 있었다.
함씨는 "사기극에 가까운 한일 정부 간 합의는 저와 제 부인에게 절망을 안겨 줬다"면서 "합의를 반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과 합의를 강요했을 것으로 의심되는 오바마 행정부도 용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희가 이런데, 할머니들의 절망감과 분노가 어떠하실지 짐작조차 어렵다"는 말로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향한 연대의 감정을 표했다.
함씨는 "할머니들과 정대협이 힘 잃지 않고 건강하시길 응원한다"며 "한일 정부 간 합의가 파기되고 일본 정부의 진정한 사과와 법적 배상이 이뤄지는 날까지 건강하시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는 약속으로 편지는 끝을 맺는다.
정대협 관계자는 15일 "기부자들에게 감사 메일을 드리는데 이번에는 그 사연이 궁금해 여쭤봤더니 그렇게 절절한 내용의 답장이 왔다"며 "액수를 떠나 저희에게 힘이 되는 내용이어서 더욱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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