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임명 주EU 대사…"패라지 같은 주변인 영향 받지 말아야"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현 유럽연합(EU) 주재 미국 대사가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 측이 EU에 "다음으로 이탈할 국가는 어디냐"고 묻는 결례를 했다면서 차기 미국 정부가 유럽 분열을 부추기는 '치어리더'가 되면 안 된다고 경고했다.

14일(현지시간) AP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앤서니 가드너 대사는 퇴임 1주일을 앞두고 브뤼셀 EU 본부에서 한 고별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EU와 관련해 50년간 유지해온 외교 정책을 버려선 안 된다"며 일침을 가했다.
그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절차가 어렵고, 어수선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를 부추기는 치어리더가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곧 출범할 트럼프 정부가 EU의 분열을 반기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에 우려를 표하며 유럽 통합을 지지하는 미국의 태도를 바꾸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럼프 정권인수위가 EU와의 일련의 통화에서 가장 처음으로 물어본 질문이 '영국 다음으로 EU를 떠날 국가는 어디인가요?'였다는 것이 나를 경악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유럽과 EU를 대상으로 양자적, 거래적 접근을 하겠다는 유혹은 피해야 한다"며 "유럽의 분열을 지원해 미국의 이익을 강화하겠다는 생각은 더없이 어리석고, 미친 짓이다"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가드너 대사는 트럼프 정권인수위와 직접 접촉한 적은 없지만 새 행정부가 EU의 해체를 주장하는 '주변부'의 정치적 목소리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나이절 패라지 전 영국독립당(UKIP) 과도대표를 지목해 비판했다.
그는 "2017년이 EU가 분열되기 시작하는 해라는 인식이 있다"며 "짐작건대 패라지가 이를 워싱턴 정가에 퍼뜨리고 있다. 이는 사실을 왜곡한다"고 비난했다.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탈퇴진영을 이끌었던 패라지는 트럼프 당선 후 영국 정치인으로는 처음으로 그와 면담하는 등 친밀한 관계를 과시해왔다. 트럼프 역시 패라지가 미국 주재 영국대사가 되길 희망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의 옥스퍼드대 동기이기도 한 가드너는 사모펀드 대표로 재직하다 지난 2013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지명으로 EU 주재 미국 대사로 임명됐다.
그는 대(對)러시아 제재와 EU와 미국 간 자유무역협정인 '범대서양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을 이끌면서 EU 내에서 신임을 받아왔다고 FT는 전했다.
한편 가드너 대사의 비난에 패라지는 "오바마의 친(親)EU 정책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발악"이라고 격하게 응수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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