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시한부 선고를 받은 유명 작가 루이.
20대 초반,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집을 훌쩍 떠난 그는 12년 만에 자기 죽음을 알리기 위해 고향에 돌아온다.
오랜만에 찾아온 둘째 아들을 위해 정성스러운 음식을 준비한 엄마, 흐릿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오빠와의 만남을 기대하며 한껏 치장한 여동생, 그리고 퉁명스러운 형과 루이를 처음 본 형수.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 가족들은 시끌벅적한 인사를 나눈다. 그러나 반가움도 잠시, 가족들은 이내 루이에게 섭섭한 마음을 드러낸다.
'단지 세상의 끝'은 루이가 집에서 가족들과 머문 3시간을 그린 영화다. 아무리 가족이라도 12년의 공백을 메우기에 반나절도 안되는 시간은 너무 짧다.
형은 이유 없이 동생에게 화를 내고, 여동생도 오빠에게 서운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그들은 루이가 자신들을 "필요 없는 존재로 여긴다"고 오해한다. 루이를 처음 본 형수만이 비교적 차분하게 가족 간의 대화를 지켜본다.
영화는 루이에 대해 애증이 교차하는 가족의 모습을 통해 가족이란 기억을 공유하고, 그 기억을 하나씩 끄집어내며 함께 살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난 널 이해 못 해. 하지만 사랑해. 그 마음만은 누구도 못 뺏어가". 루이 엄마의 대사는 가족의 심정을 잘 대변해준다.
가족들은 모진 말로 루이를 힘들게 하면서도 그가 왜 돌아왔는지 차마 묻지 못한다. 다시 떠난다고 말할까 봐 두렵기 때문이다.
영화는 고향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을 무대로 등장인물 다섯 명의 대화로 전개돼 한 편의 연극처럼 느껴진다. 엄마와 아들, 형과 동생, 오빠와 여동생 간의 오해와 이해, 미움과 분노, 원망, 그리고 사랑 등 다양하고 복잡한 감정을 섬세하게 담았다.
이들은 때로 말 대신 눈짓과 손짓을 주고받는다. 그래도 서로의 마음을 안다. 가족이기 때문이다.
자기 죽음을 알리기 위해 돌아갔던 루이는 결국 정작 하고 싶었던 말을 꺼내지도 못한 채 돌아온다. 그러나 자신을 증오하지만 죽도록 그리워하고, 무엇보다 사랑한다고 외치는 가족들 앞에서 미소를 짓는다.
영화는 도입부에 "집은 항구가 아니야, 장의차가 아니야, 마음을 다치는 곳이야"라는 노랫말로 시작한다.
그러나 결국 이렇게 말하는 듯 하다. '이 세상의 끝은 바로 가족'이라고. 프랑스의 동명 희곡을 자비에 돌란 감독이 재해석한 작품으로, 지난해 제69회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받았다. 뱅상 카셀, 마리옹 코티야르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들과 '가장 따뜻한 색, 블루'와 '미녀와 야수', '007 스펙터' 등을 통해 프랑스 차세대 여배우로 입지를 다진 레아 세이두 등이 출연한다. 1월 18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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