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진출 한국 화장품 업체들 첫 소집…상하이서 실태 조사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한국산 화장품이 중국에서 한반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문제로 보복을 받고 있는지에 대해 우리 정부가 긴급 실태 조사에 나섰다.
최근 한국산 화장품의 무더기 수입 불허 등 중국에서 한국 화장품에 대한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15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주중 한국대사관은 오는 16일 중국에 진출한 한국 화장품 업체 관계자들을 상하이(上海)로 모두 불러 '사드 관련 영향'이 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점검하기로 했다.
정부가 특정 산업 분야에 대해 관련 업체들을 중국 현지에서 직접 소집해 사드 관련성 등을 조사하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한류 연예인 및 드라마와 더불어 중국에서 핵심 인기상품인 한국산 화장품이 차별받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 챙기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돼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날 회의에는 아모레 퍼시픽, 애경, 코스맥스 등 한국의 주력 화장품 업체들이 대거 참여해 최근 중국에서 화장품 판매와 관련한 애로 사항을 전달할 예정이다.
지난달부터는 중국의 화장품 품질관리 규정이 까다롭게 바뀌면서 중금속 함유량을 대폭 강화함에 따라 한국 업체들은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화장품 업계는 사드 문제가 불거진 뒤 한국산 화장품에 대한 위생 검사가 더욱 까다로워졌다는 등 전반적인 우려 분위기를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고위 소식통은 "최근 한국 화장품의 대거 수입 불허 등으로 사드 관련성 등이 제기됨에 따라 정부가 현지 모든 한국 화장품 업체들을 소집해 애로 사항을 면밀히 파악하기로 했다"면서 "이를 통해 중국으로 수출되는 한국산 화장품과 관련해 적절한 대응책을 모색할 방침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 산자위 전체회의에서 최근 중국의 한국산 화장품 무더기 수입 불허조치와 관련해선 "사드 배치와의 연관성을 포함해 모든 가능성을 염두에 놓고 대응하고 있다"면서 "국제법규 위반 조치가 나오면 관련 분쟁해결 절차를 포함해 이의제기를 적극적으로 병행할 예정"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중국 현지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7월 사드 문제가 불거진 뒤 중국에서 한국산 화장품에 대한 위생 검사가 길어지는 등 전반적으로 화장품 판매를 위한 분위기가 좋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중국 질량감독검험검역총국(질검총국)은 새해 들어 처음으로 지난 3일 '2016년 11월 불합격 화장품 명단'을 발표했는데 수입 허가를 받지 못한 제품 28개 중의 19개가 애경, 이아소 등 유명 한국산 화장품이었다. 해당 한국산 제품만 총 1만1천272㎏에 달하며 모두 반품 조처됐다.
불합격한 한국산 화장품은 크림, 에센스, 클렌징, 팩, 치약, 목욕 세정제 등 중국에서 잘 팔리는 제품이 거의 다 포함됐으며, 28개 불합격 제품 중 영국산과 태국산 화장품을 빼면 19개 모두 한국산이었다.
이와 관련해 산자부와 중국 상무부는 지난 13일 베이징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회의를 진행했는데, 이 자리에서 우리 정부는 최근 중국이 국산 화장품 19종에 대한 수입을 불허한 것과 관련해 우리 업체의 과실이 있긴 하지만, 최근 반송 건수가 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은 "지금까지 화장품 위생 규정 때문에 수입금지 조처를 한 것 가운데 한국산은 극히 일부로 차별적 조치가 아니며 앞으로 법이나 규정을 제대로 준수하면 이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중국 현지와 더불어 국내에서도 다양한 대응책이 강구되는 분위기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중소화장품 기업의 수출을 돕기 위해 중국 등 주요 수출시장의 통관불허 사례를 분석한 사례집과 통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배포하기로 했다.
중국 화장품시장과 관련한 현지 언론보도와 각국의 법령, 규제 변동을 실시간으로 번역해 제공하는 정보포털 '올코스'(allcos) 홈페이지(http://www.allcos.biz)에서는 3월부터 전문가 상담도 이뤄진다.
사드 배치에 결정에 따른 중국의 경제 제재와 관련해 충청북도는 대한화장품협회 등이 참여하는 TF팀과 실무 TF팀을 최근 동시에 가동하기도 했다.
president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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