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개발원 보고서…"비장애 아동보다 학대 더 많이 노출"
"평균 11.5세, 34%는 매일 학대…특성화·전문화 공간 필요"
(서울=연합뉴스) 김예나 기자 = #1. 60대 남성 A씨는 지적 장애 1급 판정을 받은 어린 딸이 마음대로 돌아다닌다며 집안은 물론, 밖에 나가서도 딸의 허리에 끈을 묶어 끌고 다녔다.
그는 걸핏하면 큰 소리를 지르거나 욕설을 했고, 함께 외출했다가 딸을 잃어버리고도 찾지 않았다. 학대와 무관심 속에 10대인 딸은 방치돼 공원에서 몹쓸 짓을 당하기도 했다.
#2. 어린이집 보육교사 B씨는 2014년 자폐 증세가 있는 아이가 돌아다니자 식사 지도용 의자에 앉혀 아이가 풀 수 없도록 벨트를 뒤집어씌우고 울음을 그칠 때까지 묶어뒀다.
그는 볼일을 가리지 못한 또 다른 아이에게 "너희 엄마가 이렇게 해도 가만히 두느냐"며 화를 냈고, 시각 장애아동을 계단 중간에 방치한 채 자리를 떠나 다치게 하기도 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아이를 낳고 키우는 문제는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신체적·정서적 장애를 가진 아이라면 더욱 세심하고 따뜻한 손길이 필요하다.
그러나 한국장애인개발원의 '학대피해 장애아동 서비스 지원체계 마련 연구' 보고서를 보면 장애아동의 학대 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진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학대를 당한 장애아동은 2013년 281명에서 2014년 427명, 2015년 467명으로매년 증가세를 보였다.
이 통계는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에 학대 사례로 신고된 건을 집계한 수치다. 2015년 기준으로 국내 아동학대 전체 신고 건수인 1만9천204건의 2.4%에 달한다.
우리나라 전체 아동 889만여명 중 장애아동 비율이 0.8%라는 점을 고려하면 장애아동이 학대에 더욱 많이 노출된 것이라는 설명이 가능하다.
신체나 정서 학대, 성·방임 학대 등을 당한 장애아동의 평균연령은 고작 11.47세였다. 성별로는 남성 아동이 55.5%로 여성보다 많았다.
가해자 4명 중 3명은 부모였다. 장애아동 대상 학대의 43.3%는 친부, 33.4%는 친모에 의해 이뤄졌다.
가해자 절반 이상(57.0%)이 '부적절한 양육 태도'를 가진 것으로 조사됐으며 양육지식 및 기술 부족, 경제적 어려움, 스트레스 등도 원인으로 꼽혔다.
피해 아동의 33.4%(156명)는 '거의 매일' 학대를 겪었다고 답했다.
학대 유형별로는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병행하는 경우가 전체의 29.8%로 가장 많았다. 이어 방임(20.6%), 신체적 학대(18.6%), 정서적 학대(11.8%), 성 학대(4.9%) 등의 순이었다.
전체 아동학대 신고 건수 중 약 70%만 실제로 학대가 있었다고 판정받는 것과 달리 장애아동이 피해를 봤다는 신고는 모두 실제 학대가 이뤄진 것으로 판정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서해정 장애인개발원 부연구위원은 "장애아동은 신고가 잘되지 않아 실제 학대 사례는 더 많을 것"이라며 "학대피해 아이를 발견하는 인식부터 학대 판정, 추적 조사, 재학대 방지 등 모든 지원체계에서 비장애 아동과 달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장화정 관장은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 인식이 높아졌지만, 학대를 겪은 장애아동을 안전하게 돌보고 제대로 조치할 수 있는 공간은 아직 부족하다"며 "장애를 지닌 아이가 쉼터에서 치료받고 머무를 수 있게 특성화·전문화된 공간을 마련하는데 관련 부처나 지역 사회의 지원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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