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독일의 중도우파 대중정당인 기독민주당에 43년째 몸담은 중진 연방하원 의원이 앙겔라 메르켈 당수 겸 연방정부 총리의 개방적 난민정책에 맞서 탈당을 선언하고 무소속으로 신분을 전환했다.
헤센주(州) 프랑크푸르트암마인 직선 여성의원인 에리카 슈타인바흐(73)는 15일(현지시간) 일요신문 벨트암존탁에 이날을 기해 자신의 탈당이 유효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고 독일 언론이 일제히 보도했다.
슈타인바흐 의원은 1990년 통일 독일의 첫 연방하원 선거에서 당선된 이래 당내 우파의 목소리를 줄곧 대변한 주요 인사 중 한 명이었다.
과거 독일에 점령된 국가 출신의 추방 이민자 단체 대표를 지내고 자매 보수당인 기독사회당과의 원내 단일 교섭단체에선 인권·인도적지원 그룹의 간판으로 활약했다. 또한, 인권·인도적지원 위원회와 내무위원회 등에서 상임위원회 활동을 이어갔다.
슈타인바흐 의원은 특히, 독일 16개 연방 주(州)의회 가운데 10곳에 진출한 반유로·반이슬람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대안당)을 기민당의 제휴 대상으로 거론하고 이 정당의 연방하원 진출을 기대하는 등 기민당 주류와는 사뭇 다른 정견을 표명했다.
나아가, 메르켈 총리가 지난 2015년 여름 절정에 달했던 '난민 무조건 환대'가 유럽연합(EU) 조약과 독일 법률에 위반된다고 보고 반대 의사를 밝히며 메르켈표 난민정책의 강력한 반대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이번에 탈당을 선언하면서도 오는 9월 총선을 거쳐 대안당이 의회에 진출하고 야당 역할을 하는 것이 민주주의를 지키는 유일한 방도라고까지 말했다.
앞서 작년 8월 기민당에서 대표적인 반메르켈 인사로 분류되는 볼프강 보스바흐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는 등 당내 메르켈 반대 진영이 잇따라 약세를 보이면서 오히려 이것이 총리직 4연임 도전에 나선 메르켈의 운신 폭을 넓혀주지 않겠느냐는 분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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