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미얀마 여당 정치인과 군간부를 인터넷에서 비판했다는 이유로 구금되는 사례가 잇따르는 등 민주화 세력이 정권을 장악한 미얀마에서 언론자유가 침해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6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택시운전사(37) 1명이 작년 11월 양곤 교외에서 돌연 체포됐다. 여당인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소속의 현지 지부 간부(44)가 현지를 선거구로 하는 하원의원 등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전기통신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데 따른 것이었다. 이 간부는 "(우리 지역 출신) 의원이 능력이 없고 성실하지도 않다"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것을 보고 명예훼손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의원 본인에게 알리지 않고 자신의 판단으로 고발했다고 밝혔다.
운전사의 부인(29)은 남편이 페이스북에 정치나 사회문제에 관한 비판글을 자주 올렸다면서 "민주화됐기 때문에 괜찮다"고 말해 왔다고 전했다. 운전자는 보석이 허용되지 않아 계속 구금돼 있다.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NLD 내부에서조차 "페이스북 투고는 단순한 비판이니 사법절차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그를 고발한 지방간부는 "나이많은 사람을 존경하지 않고 근거 없이 자유롭게 비판할 수 있다는 건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운전사에게 적용된 전기통신법은 옛 군정시대의 흐름을 이어받은 테인세인 전 미얀마 대통령 정부 당시인 2013년 제정됐다. 인터넷을 이용한 공갈과 명예훼손, 협박 등을 징역 3년 이하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조항은 언론탄압의 도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명예훼손의 정의가 애매한 데다 피해자 이외 제3자가 고발할 수 있고 보석이 허용되기 어려운 게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형법에도 명예훼손죄가 있지만, 형량이 2년으로 가볍고 보석도 가능한 데 비해 훨씬 엄격하다.
전기통신법 개정을 요구하는 조직을 설립한 시인이자 NLD 당원인 사웅카(23)에 따르면 NLD가 정권교체에 성공한 2015년 총선거 기간에 전직 대통령이나 군 최고사령관을 야유한 민주화 운동가들이 이 조항을 근거로 체포됐다. 사웅카 자신도 체포돼 6개월 징역형을 받았다.
전기통신법에 따른 체포는 작년 3월 말 발족한 NLD 정권하에서도 계속돼 전 정권 때의 2배가 넘는 최소한 16명이 구금됐다. 최고사령관이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글을 올린 NLD 당원 외에 아웅산 수치 국가 고문을 "모욕"한 사건도 4건이나 되지만 모두 "피해자" 본인이 아니라 제3자의 고발에 따른 것이다. 사웅카는 "수치 고문이나 의원들을 비난하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영웅이 되려는 풍조가 있다"고 탄식했다.
인터넷에서도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수사 중인 사건을 포함해 이런 고발이 40여 건에 이른다. 국제인권단체나 국내의 비판이 잇따르자 관련법 개정움직임도 나오기 시작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국회 관계자들로 구성된 자문위원회가 지난달 설치돼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정권 측의 관심은 낮은 편이다. NLD간부인 냥윈은 "개정해야 하지만 더 중요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고 말했다. 수치 국가고문은 작년 11월 일본 방문 당시 기자회견에서 "SNS는 책임이 명확하지 않다"면서도 "자유에는 책임이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권 측이 사건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NLD간부로 양곤 관할 수석장관인 표민틴은 작년 11월 자신을 비판한 현지 신문 '일레븐 미디어'사장과 편집장을 이 조항에 근거해 고발, 두 사람은 올해 1월 6일까지 약 2개월간 구금됐다.
사장은 표민틴이 고급 손목시계를 뇌물로 받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논설을 써 인터넷에 올렸다. 표민틴은 기자회견을 열어 그런 사실이 없다고 주장하며 두 사람을 고발했다.
명예훼손 관련법에 밝은 현지 변호사는 보석이 쉬운 명예훼손죄가 아니라 형량이 무거운 전기통신법을 적용한 점을 비판하며 "이 사건으로 NLD의 법개정 작업도 당분간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lhy5018@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