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 되풀이 막기 위해 4·3 역사 바르게 서술해야"
(제주=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제주4·3사건 당시 희생된 북촌리 주민 443명의 명복을 비는 위령제가 16일 오전 제주시 조천읍 북촌리 너븐숭이 4·3기념관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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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쌀한 날씨 속에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번 위령제는 유족들이 지내는 고사로 시작해 개제 선언, 국민의례, 경과보고, 고유문, 주제사와 추도사, 헌화와 분향 순으로 진행됐다.
이승찬 제주4·3희생자 북촌리 유족회장은 고유문에서 "정권이 바뀔 때마다 4·3에 대한 평가를 달리하고, 더욱이 4·3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일부 사람들이 있어 유족들의 마음은 편안한 날이 없다"며 "4·3에 대한 바른 역사적 평가는 민주주의, 평화와 인권이 바로 선 제주의 기반임을 명심할 것"이라고 했다.
이승호 북촌리장 직무대행은 주제사에서 "4·3 최대 희생지인 북촌리 후손으로서, 지금의 역사교과서와 관련된 사태를 보며, 끓어오르는 분노를 누를 수 없다"며 불행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4·3의 역사는 왜곡되거나 축소해석돼선 안된다"고 말했다.
고경실 제주시장은 추도사를 통해 4·3의 깊은 흉터를 치유하고, 억울한 누명과 맺힌 한을 풀어나가기 위해 성심과 성의를 다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양윤경 제주 4·3유족회장은 추도사에서 "현재의 국가 상황은 불통과 무개념의 집합체인 것 같아 갑갑하기 그지없다"며 "왜곡과 편향의 역사관을 청소년들에게 강제주입하려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와 국민의례에 대한 강압적 통제 시도 같은 정부의 작태에 대해 우리 유족들은 당당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위령제가 열린 너븐숭이는 1949년 1월 무장대의 기습에 군인 2명이 숨지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같은 날 군 토벌대가 북촌리 주민 300여명을 무차별 총살하고 가옥을 불태운 학살 현장이다. 현기영의 4·3 관련 소설 '순이삼촌'의 무대가 된 곳이기도 하다.
제주도는 2007년 16억원을 들여 너븐숭이에 희생자 위령비와 기념관을 건립하고 '순이삼촌' 문학기념비를 설치해 유적지로 조성했다. 지난해 12월에는 너븐숭이 대학살 현장을 비롯한 학살터 등 유적과 마을 곳곳을 돌아볼 수 있는 '북촌마을 4·3길'이 개통되기도 했다.
ji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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