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16일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204억원 출연금까지 모두 뇌물로 간주함에 따라 재계에 '비상'이 걸렸다.
이 논리대로라면 국내 주요 대기업 대부분이 특검 수사의 타깃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기업은 총 53곳으로 출연금 규모는 774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이 가장 많고 현대차[005380](128억원), SK(111억원), LG[003550](78억원), 포스코[005490](49억원), 롯데(45억원), 한화[000880](25억원) 등도 기업 규모에 맞춰 거액을 출연했다.
이들 기업은 청와대의 압박으로 출연금을 낼 수밖에 없었다며 '강압에 의한 피해자'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이날 특검팀이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재단 출연금까지 뇌물의 범주에 포함함에 따라 다른 기업들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한 그룹 관계자는 "당시 전경련으로부터 문화·스포츠 진흥 차원에서 기업들의 협조를 바란다는 정부의 취지와 의중을 전해 들었고, 기업 규모 순으로 출연금 규모까지 배분받았다"며 "그런 상황에서 어떤 기업이 무시하고 돈을 내지 않을 수 있었겠나"라고 말했다.
또 다른 그룹 관계자도 "특검의 논리가 맞다면 대기업이 그동안 수재의연금, 복지 등 정부 재원이 미치지 못하는 부분에 꾸준히 출연한 부분도 처벌 대상이 돼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런 출연금은 지금 정부뿐만 아니라 김대중, 노무현 정부 등 야당 집권 시절에도 있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계는 삼성, SK, 롯데에 이어 다른 기업에까지 수사가 확대되면 경영활동이 당분간 마비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통상환경이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불확실한 가운데 우리나라 기업만 손발이 묶이게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업이 범법행위를 했다면 법과 원칙에 따라 처벌받아야 할 것"이라며 "다만 특검이 여론몰이에 밀려 현실과 동떨어진 결론을 낸다면 국가 경제에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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