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입 모아 "설질은 세계 최고" 극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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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오늘 코스 진짜 어렵다. 한 번만 더 타보면 감 잡겠는데…."
평창 동계올림픽 테스트이벤트를 겸해 16일 강원도 용평 알파인 경기장 레인보우 1코스에서 열린 2017 국제스키연맹(FIS) 알파인 극동컵 대회 첫날은 예선부터 여기저기 탄식이 터졌다.
이날 회전 경기 1차 시기부터 코스에서 이탈하는 선수가 줄지어 나왔기 때문이다. 완주하지 못한 선수는 나라별로 삼삼오오 모여 코스 분석에 바빴다.
보통 극동컵은 80명 안팎이 참가하는데, 테스트이벤트를 겸해 열린 이번 대회에는 두 배에 가까운 135명이 출전했다.
극동컵이라는 이름답게 통상적으로 한국과 일본·러시아·중국 정도가 출전했지만, 이번에는 남자 11개국 92명·여자 10개국 43명이 신청서를 냈다.
평창 동계올림픽을 준비하며 열린 대회인 만큼, 대회 수준도 대폭 올라갔다.
회전 종목은 표고차 200m 안팎으로 알파인스키 가운데 가장 코스가 짧은 대신 기술이 중요한 종목이다.
촘촘하게 박힌 기문을 하나씩 돌아 나와야 하는데, 기문의 최소 간격은 75㎝에 불과하다.
기문 배치는 대회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는데, 이번 대회는 올림픽 수준으로 70개가 넘는 기문이 빼곡하게 깔렸다.
게다가 설질마저 얼음에 가깝게 단단해 선수들은 재빠른 방향 전환이 필수인 회전 종목에서 애를 먹었다.
한국 남자 선수는 1차 시기에 모두 35명이 출전했는데, 이 중 21명이 넘어지거나 코스에서 이탈(DNF)하며 경기를 마치지 못했다.
여자 선수는 출전한 12명 중 어은미(둔내고) 1명만 코스를 완주했다. 어은미도 1차 시기 1분11초93으로 1위 하세가와 에미(일본)의 57초75보다 크게 뒤처졌다.
한국 선수뿐만 아니라, 대회에 출전한 선수 대부분이 고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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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시기에 출전한 남자 선수 82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47명이 코스를 완주하지 못했고, 여자 선수는 38명 중 20명이 무더기 탈락했다.
이번에 국가대표로 처음 발탁된 조광호(22·단국대)는 1차 시기를 완주한 뒤 "오늘 경기는 국제스키연맹(FIS) 관계자가 와서 기문과 턴 수 모두 세팅했다. 중요한 대회이다 보니 기문을 어렵게 짰는데, 촘촘하고 깊게 짜여 있다. 그래서 실수도 많이 나왔고,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주 종목인 회전에서 1차 시기를 통과하지 못한 여자 국가대표 강영서(20·한체대) 역시 "평소 우리가 연습하던 환경과 너무 달라서 탈락이 많았다. 올림픽까지 1년이 남았는데, 여름부터 열심히 훈련해서 코스에 익숙해지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대신 선수들은 설질(雪質)에 대해서는 입을 모아 최고 수준이라고 만족스러워했다.
스키장의 눈은 너무 미끄러워도, 너무 단단해도 안 된다.
그래서 습도를 인위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인공눈을 쓰는데, 정성껏 관리해야 최고의 슬로프가 완성된다.
강영서는 "세계 최고의 눈이다. 월드컵 정도 대회를 나가야 접할 수 있는 눈인데, 올림픽을 준비하려면 이 정도는 경험해봐야 했다"고 말했고, 이날 3위를 차지한 알렉산더 안드리엔코(러시아)는 "올림픽 코스로는 전혀 부족하지 않다. 특히 눈이 인상 깊었다"고 엄지를 세웠다.
4b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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