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제재해제 1년' 이란…"항암제 살 수 있고 영어 잘하면 취업"

입력 2017-01-16 17:56  

<르포> '제재해제 1년' 이란…"항암제 살 수 있고 영어 잘하면 취업"

외제차·외국인 증가 체감…"핵합의 효과 직접 느끼려면 5년 이상 걸릴 것"

(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암 투병 중인 아버지를 둔 모르테자(30)씨는 누구보다 제재해제 뒤 변화를 직접 느끼는 테헤란 시민 중 하나다.

제재가 풀린 지난해 1월 전까지 그는 병원에서 처방한 항암제를 구하려고 테헤란 남부 의약품 암거래 시장을 전전해야 했다고 한다.

약국과 같은 정상적인 경로로는 항암제를 구하기 무척 어려웠던 탓이다.

모르테자 씨는 "가격도 가격이지만 암시장에서는 가짜 약이 많아 불안했다"며 "충분한 양은 아니지만 제재가 풀린 뒤 유럽에서 수입된 항암제를 구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2012년 서방의 경제 제재 수위가 높아지면서 이란엔 의약품 품귀현상이 빚어졌다.

의약품은 인도주의적 품목으로 분류돼 제재 대상 품목으로 지정된 적은 없지만 금융 제재로 자금 거래가 차단되자 유럽과 미국의 유명 제약회사가 대부분 이란과 거래를 꺼린 탓이다.

설상가상으로 당시 이란 리알화 가치가 3분의 1로 폭락해 수입 의약품의 국내 가격이 급등하면서 이란 국민이 매우 어려움을 겪었다.

테헤란 대학에 다니는 니루파(21) 씨는 졸업 뒤 취업을 위해 영어에 집중하고 있다.

니루파 씨는 "제재가 풀린 뒤 외국 기업이 테헤란에 앞다퉈 진출했다"면서 "이란은 젊은 층의 취업난이 심각한데 이제 영어를 잘하면 외국 기업에서 일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도 지난해 1월 제재 해제 뒤 테헤란 지사를 속속 설립하면서 한글을 배울 수 있는 세종학당과 테헤란대학교 한국어 강좌의 인기가 더욱 높아졌다.

니루파 씨는 "영어를 잘하는 친구들은 졸업하기 전에 직장을 구하기도 한다"며 "예전엔 졸업해도 취업할 수 있는 곳이 별로 없었는데 지금은 영어만 잘해도 월급을 배 가까이 받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대학생 알리(23) 씨는 "영어를 잘하는 이들은 식당이나 카페에서 이란어 대신 영어로 주문하면서 영어 실력을 뽐내려고 한다"며 웃음을 지었다.

이란 정부가 발표하는 실업률은 11% 정도다. 특히 제재로 경제난이 심각해지면서 20∼30대 젊은 층은 일자리를 구할 수 없었다.

이란 정부도 일자리 창출을 경제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

회사원 야샤르(39) 씨는 "이란 서민에겐 너무 비싸긴 하지만 외국인이 테헤란에 많이 오면서 거리에 외제 차가 늘어난 것을 체감하고 있다"며 "한국차와 일본차가 인기가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란 경제 상황의 지표라고 할 수 있는 이란 리알화 가치는 지난 1년간 안정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11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선에서 당선된 뒤 15% 정도 떨어졌다.

핵합의에 부정적인 트럼프 정부가 출범하게 되면서 자칫 제재가 원상 복귀될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테헤란 미르다마드 거리의 한 환전상은 "트럼프의 당선으로 달러화 대비 리알화 환율은 올랐지만 제재 시절과 같이 달러화가 부족하지는 않다"며 "제재가 풀리기 전만 해도 환전해 줄 달러화가 바닥나는 날도 있었다"고 말했다.

테헤란 북부 타즈리시 시장에서 과일을 파는 모하마드(54) 씨는 "제재해제로 변화는 있지만 속도가 빠르지는 않은 것 같다"며 "제재가 부과될 때는 하루아침에 영향을 느꼈지만, 다들 제재가 풀린 효과를 서민이 직접 느끼려면 5년은 더 걸릴 거라고 한다"고 말했다.








hsk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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