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후배 작가 위한 박경리의 꿈' 사라지나?

입력 2017-01-17 08:00  

'가난한 후배 작가 위한 박경리의 꿈' 사라지나?

강원도, 토지문화관 기숙형 창작실 예산 20% 삭감

(원주=연합뉴스) 류일형 기자 = "어머니께서 가난한 후배 작가·예술가를 돕기 위해 심혈을 기울여 시작하신 일인데…"





대하소설 '토지'의 작가 고 박경리 선생(1926~2008)의 외동딸이자 토지문화재단 이사장인 김영주 씨(70)는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에 이어 새해 강원도가 토지문화관 기숙형 창작실에 대한 예산을 삭감한 데 대해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17일 토지문화관을 운영하는 토지문화재단에 따르면 강원도와 원주시가 토지문화관 예술창작활동 지원 예산을 지난해 8천만원에서 올해 6천400만원으로 20% 삭감했다.

강원도·원주시가 각각 4천만원씩 지원하던 것을 도가 3천200만원으로 삭감하면서 원주시도 자동으로 같은 액수만큼 줄이게 된 것이다.

토지문화관 예술창작활동 지원 예산은 국내 예술인 창작실 지원사업과 해외작가 교류 지원사업, 청소년 문학창작캠프 등에 사용된다.

예산 삭감으로 토지문화관은 당장 매년 3월부터 12월까지 하던 예술인 창작실 운영을 3~11월로 한 달 줄이고, 인원도 지난해 22명에서 올해 16~18명으로 줄여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해외작가에 대한 지원도 평균 두 달이던 창작실 체류 기간을 한 달~한 달 반 정도로 줄이고, 인원도 8명에서 6명으로 줄일 수밖에 없게 됐다.

청소년들의 창작 의욕을 북돋우기 위해 열어온 청소년 문학창작캠프는 올해는 아예 열지 못할 것 같다.




박경리 선생은 강원도 원주의 조용한 숲 속 공간에서 국내외 문인과 예술인들이 모여 창작활동을 하고 문학과 예술의 미래를 모색하게 하자는 취지로 1999년 자신이 살던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에 토지문화관을 세웠다.

토지문화관은 2001년부터 내국인 문인 창작실을 시범 운영하고 2004년에는 예술가 창작실, 2007년 해외작가 창작실로 대상을 넓혔다.

지난해 토지문화관 창작실을 거쳐 간 문인이 45명, 예술가 22명, 해외작가 8명 등 모두 75명.

다수가 문학상을 받고 많은 책을 출간하는가 하면, 영화·미술 등 여러 방면에서 왕성한 창작활동이 이뤄져 '한국 문학·예술의 인큐베이터'로 불리고 있다.

이에 대해 강원도 문화예술과 담당자는 "예산평가위원회의 사업평가 결과 예산보다 성과가 낮게 나왔다"고 예산 삭감 이유를 말했다.

그러나 토지문화재단 관계자는 "많은 예술가와 해외작가를 지원, 다수의 책을 출간하고 영화·연극 등 여러 방면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데 소명할 기회도 주지 않은 채 낮은 등급을 매겼다"고 주장했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문예진흥기금 가운데 작가 지원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토지문화재단이 운영하는 토지문화관 작가 창작실 지원 예산을 전년도 1억1천만 원에서 8천300만 원으로 대폭 줄였다.

이 때문에 3~12월까지 10개월간 운영하던 창작실을 한 달 단축하고, 연 55~60명 정도 수용하던 인원도 47명으로 줄인 바 있다.







김 이사장은 "박경리 선생이 돌아가시면서 후배들에게 작품활동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도움을 주려고 사재를 털어 만든 창작실을 살리기 위해 해마다 3천만원 내외의 적자를 감내하면서 운영해왔는데 정부에 이어 지방자치단체까지 일방적으로 예산을 줄여 큰 유감"이라고 말했다.

ryu625@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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