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정부 항소 기각…이집트-사우디 긴장감 고조될 듯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이집트 정부가 지난해 홍해에 있는 섬 2개를 사우디아라비아에 양도한 협약은 무효라는 이집트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왔다.
16일 이집트 일간 알아흐람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집트 고등행정법원은 지난해 4월 이집트와 사우디 두 정부가 체결한 홍해의 티란과 사나피르 섬 양도 협약은 무효라는 1심 판결에 불복한 정부의 항소를 이날 기각했다.
이번 선고는 최종적이며, 정부는 더는 항소할 수 없다고 알아흐람은 전했다.
이 사건을 담당한 아흐메드 엘샤즐리 판사는 "티란과 사나피르 섬에 대한 이집트의 주권은 절대적"이라며 "정부는 이러한 사실을 바꿀 서류를 제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번 선고가 발표된 직후 법정에서는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법원 바깥에서도 수백 명이 모여 이집트 국기를 흔들거나 '이집트 만세'를 외치며 해당 판결을 환영했다.
이집트 정부는 이번 사안에 대해 즉각적으로 어떠한 논평을 내놓지 않았다.
그러나 이 판결로 인해 "애초 그 섬들은 사우디 영토에 있었다"고 주장한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중동 수니파 진영의 맹방인 이집트와 사우디 양국 간 정치·외교적 긴장감이 더욱 고조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이집트 정부는 지난해 4월9일 살만 사우디 국왕의 이집트 공식 방문에 맞춰 홍해 상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는 티란과 사나피르 섬들에 대한 관할권을 사우디에 양도한다고 발표했다. 이후 사우디는 이 섬들을 자국 영토로 공식 편입했다.
이에 이집트 야권 정치인과 안보 전문가, 일부 의원, 시민단체, 언론인 등은 이 결정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반발하며 소송을 냈다.
이집트법원은 지난해 6월 1심 선고에서 섬 양도에 관한 양국 간 합의는 무효라고 판결했고 정부는 이에 불복해 항소했다.
엘시시 대통령은 그간 이집트 국민에게 "두 섬에 대한 사우디와의 협약 논란을 끝내자"고 촉구해 왔다.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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