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때 트럼프 공개반대한 외교·안보 전문가들 '기피인물'로 공직서 배제"
(서울=연합뉴스) 김정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대선 때 자신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던 공화당 국가안보 전문가들을 공직 인선에서 배제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대선전에서 '반(反) 트럼프' 연명 서한에 서명한 100여 명의 국가안보 분야 유명인사들이 '트럼프 블랙리스트'에 올랐을 수 있다는 '공포'가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당시 두 차례에 걸쳐 나온 서한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그에게 투표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공화당 예비경선 중이던 지난해 3월에는 122명이 외교안보 전문 온라인 블로그 '워온더록스'(War on the Rocks)에 발표된 서한에 참여했고, 본선에 접어든 같은해 8월에는 50명이 일간 뉴욕타임스(NYT)를 통해 이 같은 뜻을 밝혔다.
그러나 대선 후 이들 중 상당수는 트럼프 당선인의 요청이 있으면 국가를 위해 일할 준비가 돼 있고 조언도 마다치 않겠다는 입장을 보인다.
하지만 트럼프 당선인 측은 이들을 찾지 않고 있으며, 이들의 '구애'에도 답하지 않고 있다.
WP는 "트럼프 세계에서 이들 '올스타팀'은 기피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두 서한에 모두 동참한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국가안보 수석보좌관 피터 피버는 트럼프 보좌진들과 나눈 비공식 대화를 언급하며 "대선 전에는 '우리는 당신이 마음을 바꿔 우리와 함께 하기를 바란다'고 했지만, 선거 후에는 '그 서한에 서명한 사람들의 블랙리스트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고, 그들은 어떤 직책도 맡지 못할 것'이라는 얘기가 오갔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국가안보와 외교정책에 경험이 없지만, 공화당에는 해당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인사들이 폭넓게 포진해 있다. 따라서 국무부와 국방부, 국토안보부의 영향력 있는 임명직에 이들을 활용할 수도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워싱턴의 한 싱크탱크에서 일하는 전직 부시 행정부 외교·안보 관리는 최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자의 인준청문회 준비를 돕기 위해 마련된 비공개 브리핑에 자신보다 어린 사무보조들은 초청받았지만, 자신은 제외됐다면서 그 이유를 그가 반 트럼프 서한에 서명했기 때문으로 봤다.
그는 "단순히 우리를 배척하는 것만이 아니라 '적대자 리스트'가 존재한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부시 행정부에서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의 고문을 지냈고, 반 트럼프 서한 발표를 도왔던 엘리엇 코언도 지난해 11월 대선 직후 워싱턴포스트(WP) 칼럼을 통해 이러한 우려를 제기한 바 있다.
그는 당시 트럼프 정권인수위에서 일하는 친구가 그에게 공직 후보군 추천 명단을 요청하면서 반(反) 트럼프 서한에 참여한 인사들은 빼라는 조건을 달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인터뷰에서도 이에 대해 "나를 믿어라. 내 전화벨은 울리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 측이 자신에게 공직을 제안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k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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