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기업 채권가치 독립 평가기관 지정…구조조정 속도낸다
부실기업 연명시키는 은행들, 충당금 더 쌓아야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올해부터 기업 채권은행의 신용위험평가가 한층 깐깐해진다.
이렇게 되면 신용위험평가에서 C∼D등급을 받아 워크아웃·법정관리에 들어가는 기업이 늘어나는 등 기업 구조조정 작업이 빨라질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17일 기업 신용위험평가 기준을 개선하는 내용을 담은 '실물 경제 지원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채권은행은 매년 거래 기업을 대상으로 정기 신용위험평가를 해 A∼D등급을 매긴다.
A등급은 정상기업, B등급은 정상기업이지만 일시적으로 유동성 부족을 겪는 기업이다. C·D등급은 각각 워크아웃과 법정관리에 들어가야 하는 '퇴출 대상'이다.
그러나 부실채권이 늘어나는 게 부담스럽거나 기업과의 장기 거래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채권은행들이 온정적인 신용위험 평가를 해 진작 퇴출당했어야 하는 기업이 정상기업으로 연명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게 금융당국 판단이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올해 상반기 안에 채권은행의 신용위험평가 모델이 적정한지 평가하는 기준을 만들고, 각 은행의 신용위험평가 모델을 점검하기로 했다.
도규상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은 "봐주기식·온정적 신용위험평가라는 얘기가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구조조정 대상을 선정한 다음의 문제는 부실기업 채권 매각이다.
은행의 구조조정 채권은 2015년 30조원, 지난해 16조원에 이른다.
은행들은 구조조정 채권을 더 비싼 가격에 팔고 싶어 하고, 매수자는 싼 가격을 원해 채권 매각이 신속히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많았다.
금융당국은 C·D등급으로 분류된 기업의 구조조정이 신속히 이뤄질 수 있도록 구조조정 채권의 공정가치를 독립적으로 평가하는 기관을 운영하기로 했다.
이 기관은 상반기 중 정부가 지정할 예정이다.
독립기관이 산정한 공정가치를 채권은행이 받아들이지 않고, 채권 매각도 하지 않을 경우 은행은 스스로 평가한 채권 가격과 공정가치의 차액만큼을 충당금으로 쌓아둬야 한다.
정책금융기관들은 시중은행이 매각 대상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끊지 않도록 보증을 해주기로 했다.
당좌대출, 할인어음, 무역금융 등 기업상거래 활동과 연관된 한도성 여신은 계속해서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필요한 것은 부실기업 인수시장의 활성화다.
정부는 하반기 안에 기업구조조정 펀드를 조성해 정부보다는 시장이 중심이 된 구조조정 환경을 만들어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독립적인 운용사가 모(母)펀드를 만든 뒤 구조조정에 전문성 있는 민간 기관들을 자(子)펀드 운용사로 선정하는 방식이다.
도 국장은 "정책금융기관이 기업구조조정 펀드에 충분히 자금을 지원해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며 "시장에서 구조조정이 일어날 수 있을 정도의 충분한 자금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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