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의 시대'에 권하는 두 권의 책

입력 2017-01-17 16:03  

'불면의 시대'에 권하는 두 권의 책

'각방 예찬'·'잠 못 드는 고통에 관하여'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캐나다와 독일에서 활동하는 작가 겸 비디오 아티스트 RM 본(52)은 10살 때부터 불면증을 앓아왔다.

그는 10대 때만 해도 다른 사람들이 자느라 '놓친' 것들을 밤새 해치우는 자신의 능력을 자랑스럽게 여겼지만, 곧 불면증이 자신의 몸과 마음에서 얼마나 많은 것을 앗아가는지 알아챘다.

병원 치료, 민간요법, 주술 등에 매달렸던 RM 본은 불면증 환자와 현대 사회의 모습이 닮았다는 점을 깨달았다. 그가 현대 사회에 퍼진 '불면의 문화'를 성찰한 책이 '잠 못 드는 고통에 관하여'(루아크 펴냄)다.

제한된 시간 속에서 더 많은 성과를 내고자 잠을 포기한 현대인들은 침대에 누운 뒤에도 스마트폰을 놓지 않는다. 육체는 탈진하는데 쉬지 않고 뇌를 가동한 대가는 불면이다.

저자는 "잠자리가 위안과 휴식이 아닌, 고통에 시달리는 곳이 되면 사람은 침실 밖 세상에 대한 판단력을 잃고 만다"면서 "(잠이라는) '안전지대'가 없어졌기 때문"이라고 경고한다.

그는 더 많은 이윤 창출을 위해 수면 박탈이 당연시되는 문화를 비판하면서 이제 잠을 개인의 안전과 직결된 인권으로 여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편 광고와 시각예술, 뮤직비디오, 식당 메뉴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유아적 이미지들이 불면의 문화에서 비롯됐다는 대목 등은 흥미를 자아낸다.

불면의 문화에서 성장한 예술가들이 머리를 아프게 하는 복잡한 콘텐츠 대신 안락하고 꿈 같은 느낌을 주는 콘텐츠를 만들어냈다는 분석이다.

강경이 옮김. 192쪽. 1만2천원.

불면 문제를 부부 관계와 접목해 분석한 책도 나왔다. 30년 넘게 부부 관계를 연구해 온 프랑스의 사회학자 장클로드 코프먼이 저술한 '각방 예찬'(행성B 펴냄)이다.

침대는 사랑하는 사람과 가까이 있고자 하는 욕구와 거리를 두고자 하는 욕구가 충돌하는 공간이다.

신혼 때가 지나면 나만의 공간을 확보하고자 하는 욕구가 더 커지기 마련이고, 이전엔 느끼지 못했던 배우자의 크고 작은 습관 때문에 잠을 못 자는 일이 계속되면서 부부 관계가 흔들릴 수도 있다.

150여 쌍을 인터뷰한 저자는 일인용 침대 두 개를 쓰거나 각방을 씀으로써 더 나은 관계를 형성한 부부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와 함께 17, 18세기 유럽 귀족사회에서 침실은 번잡한 손님 접대 공간이었으며 '부부가 한 침대에서 함께 자야 한다'는 생각은 근래에 뿌리내렸다는 점도 알려준다.

이정은 옮김. 252쪽. 1만4천원.

air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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