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 한의원 원장 "탈북민은 통일한국의 귀중한 존재"

입력 2017-01-18 06:00   수정 2017-01-18 06:08

탈북 한의원 원장 "탈북민은 통일한국의 귀중한 존재"

'광고모델' 정일경 원장 "통일의 날까지 3만 탈북민 건강 책임질 것"

(서울=연합뉴스) 곽명일 기자 = "탈북민은 향후 통일한국시대에서 남과 북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귀중한 존재입니다."

서울 중구에서 '100년 한의원'을 운영하는 정일경 원장(43)은 18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탈북민들의 건강관리는 곧 작은 통일을 이뤄가는 과정"이라며 "통일돼 고향 가는 날까지 3만 명 탈북민의 건강 회복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8대를 이어온 한의사 가문에서 태어나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전통의학 기법으로 난치병 환자 치료에 전념해온 정원장은 북한을 떠나 대한민국에 입국한 탈북민이다.

그는 출신 성분에 따른 북한 당국의 주민 차별 정책 때문에 고향을 떠났다고 밝혔다.

정 원장은 "북한에서 대대로 물려받은 가업인 한의원을 운영하며 잘살아 왔다는 이유로 졸지에 출신 성분이 '복잡계층'으로 하락하면서 아버지(정일훈·91)가 평양의 큰 병원에서 지방으로 좌천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가보위부의 끈질긴 추적은 평양의학대학 동의(한의)학부 1기 졸업생인 부친을 괴롭혔고, 급기야 1985년 아버지가 탈북해 한국행을 선택하면서 남은 가족은 '민족반역자 가족'으로 낙인이 찍혔다.

이러한 환경에서 정 원장은 영재학교선발시험에서 여러 번 최우수 성적을 받고도 탈락해 지방대학을 졸업할 수밖에 없었고 독재사회에 환멸을 느낀 끝에 한국행을 결심, 지난 2000년 대한민국에 입국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탈북 과정에서 국가보위부에 체포돼 1년간 가혹한 고문과 조사를 받아 중환자로 출옥했다"며 "당시 탈북민 동료들의 고통도 직접 경험하면서 이들을 치료해야 한다는 봉사의식이 자리 잡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 원장은 한국에 입국한 뒤 2003년에 어머니(85)를, 2006년에 작은 누나(45·간호사)를 국내로 모셔왔으나, 2005년 큰 누나는 중국 공안에 붙잡힌 뒤 북송돼 처형당하는 아픔을 겪었다.

그는 탈북 당시 함경북도 청진의학대학 동의학부를 졸업했지만, 한국에서 의사 자격증을 인정해주지 않아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결국, 2007년 한의과대를 마치면서 한의사 시험에 통과했고 한의원을 개업할 수 있었다.

현재 그는 선대로부터 배운 침술을 토대로 화침(火針)이라는 특수침 기법을 개발해 암 환자를 비롯한 많은 난치병 환자를 치료했다. 그가 개발한 화침법은 침 끝을 직접 가열해 온열자극을 극대화시키는 방법이라고 정 원장은 설명했다.

그는 지난 2001년 한의과대학에 다니면서 후배인 탈북민 출신 한봉희 씨를 만나 결혼에 이르렀고, 지금은 대한민국 최초의 탈북민 한의원 부부원장으로 3명의 자녀를 뒀다. 함경북도 길주 출신의 한 씨는 현재 고양시에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다.

17년간 의료봉사활동을 해온 정 원장은 지난해 탈북민 정착지원과 사회적 인식개선을 위한 공익광고에도 출연했다.

정 원장은 "북한에서 1990년대 중반 혹독한 경제난을 겪으면서 탈북민 대부분이 난치성 만성질환을 앓아 일반병원에서 장기 치료를 해도 잘 낫지 않는다"며 탈북민 건강관리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한 뒤 앞으로는 탈북민 외에 북한에 가족을 둔 실향민에 대한 치료도 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통일 후) 북한에 있는 고향 주민들을 위해 여력이 된다면 병원을 짓고 의술과 인술을 베푸는 삶을 사는 것이 숙원이고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nkfutur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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