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아킬레스건 1호는 명분·정체성 불투명한 '백두혈통성'
"주민들, 김정은 어머니 몰라…평양 김정은 어머니 묘비에 이름 없어"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지난해 8월 망명한 태영호 전 주영 북한공사는 17일 바른정당 간담회에서 북한 김정은 정권의 아킬레스건으로 명분과 정체성이 불투명한 김정은의 '백두혈통성'을 첫 손가락에 꼽았다.
태 전 공사는 10년 이상 후계자 과정을 밟은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은 2009년 초까지 북한에서도 베일에 가려져 있던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일 최측근 몇몇을 제외하면 태 전 공사 본인은 물론, 절대 다수의 북한 주민은 김정은의 존재조차 몰랐다는 것이다.
태 전 공사는 "북한에서는 모든 정치와 정책에서 정체성과 명분을 많이 따지는데 김정은은 집권 5년 차인데도 백두혈통성과 자신이 후계자가 되어야 한다는 명분을 북한 주민에게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빨치산 대장이었던 김일성을 아버지로 두고, 어머니도 항일 여성 영웅으로 알려진 김정일은 북한 주민에게 백두혈통의 정통성을 내세우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태 전 공사는 "실제로 김정일만한 정체성과 명분을 가진 후계자가 나오기 힘들었다"며 "김정일은 그야말로 북한 주민들로부터 아무런 의혹도 받지 않고 후계자가 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아직 자신의 어머니가 누구인지조차 밝히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김정은 정권은 2012년부터 당 간부들에게 평양 대성산에 있는 김정은 위원장의 어머니 묘에 참배하도록 하고 있는데 묘비에 이름이 없다는 것이다.
태 전 공사는 "제가 한국에 오니까 제일 먼저 물어보는 것이 김정은 어머니 이름이 '고영희냐, 고용희냐'였다"며 "저도 그 이름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태 전 공사는 김 위원장의 어머니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는 이유에 대해 "이를 명백히 밝히기에는 걸림돌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정일 전 북한 국방위원장의 공식 부인이 누구인지 다 알고 있는 마당에 갑자기 김정은 위원장의 생모를 내세우면 정권의 정통성이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한 김정은 정권은 2012년 주민 학습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김 위원장의 어머니를 찬양하는 '선군조선의 어머니'라는 영화를 제작해 당 고위 간부들에게만 보여줬다고 한다.
그러나 노년 간부들이 '이 영화가 나가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며 반대해 해당 영화는 폐기됐다고 태 전 공사는 전했다.
태 전 공사는 "결국 북한 주민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우리를 이끌 지도자가 누구이고 어떤 사람인가 하는 것"이라며 "김정은은 이 궁금증을 아직도 풀어주지 못하고 있다"고 백두혈통의 모순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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