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장 평가서 아펜디노 토리노시장 '1위' vs 라지 로마시장 '최하위'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작년 6월 치러진 이탈리아 지방 선거에서 무명의 30대 신인 여성 정치인이라는 약점을 극복하고 나란히 시장에 당선, '신데렐라' 돌풍을 일으킨 포퓰리즘 성향의 제1야당 오성운동 소속의 여성 시장 2명이 취임 반 년 만에 희비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17일 여론조사 기관 IPR 마케팅이 이탈리아 경제지 '일 솔레 24 오레'의 의뢰를 받아 전국 104개 지방자치단체장의 지지율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키아라 아펜디노(32) 토리노 시장은 62%의 지지율을 얻어 이탈리아에서 가장 사랑받는 시장으로 입증됐다.
한 살배기 딸을 둔 아펜디노 시장은 작년 6월 북부 공업도시 토리노에서 외교 장관을 지낸 집권당의 거물급 현직 시장 피에로 파시노를 제치고 당선되는 파란을 일으킨 주인공이다.
밀라노의 명문대학 보코니를 졸업하고, 유벤투스에서 일하다 오성운동 소속의 시 의원으로 활동한 아펜디노 시장은 취임 후 시 고위 직원을 56% 줄여 약 500만 유로의 경비를 절감하고, 도시 주변부를 되살리기 위한 44개의 세부 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매주 1회 시민들과 정기적으로 만나는 등 시정을 합리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또, 토리노를 세계 첫 비건(모든 동물성 식품을 거부하는 적극적 채식주의자) 도시이자 첫 5G 시험 무대로 삼겠다는 목표를 수립하는 등 첨단 도시로서의 이미지 구축에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반면, 작년 지방 선거 당시 로마 역사상 첫 여성 시장이자 최연소 시장으로 당선되며 오성운동을 대표하는 전국구 스타로 떠오른 변호사 출신의 라지 시장은 이번 조사에서 44%의 지지율에 그치며 103위에 그쳤다. 라지 시장보다 순위가 뒤진 사람은 마리아 리타 로사 알레산드리아 시장(42%)이 유일하다.
지방 선거 당시 67%가 넘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된 그의 지지율이 곤두박질 친 것은 예견된 것이라고 이탈리아 언론은 분석하고 있다.
일간 일 메사제로는 17일 지면에서 라지 시장이 인사 난맥상, 소통 부재 속에 현재까지 드러난 눈에 띄는 성과가 없기 때문에 지지율이 폭락했다고 풀이했다.
로마 시는 작년 말 라지 시장의 측근이 부패 혐의로 구속되고, 일부 인사가 고액 연봉 논란 속에 사퇴하는 등 인사 참사를 빚으며 아직까지 시 당국의 핵심 보직 3개를 채우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곳곳이 패인 도로 관리, 넘쳐나는 쓰레기 수거, 빈약한 대중 교통 등 기존의 시급한 현안은 해결될 기미를 전혀 보이지 않아 시민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또, 라지 시장의 반대로 2024년 로마 올림픽 유치가 수포로 돌아가고, 지하철 추가 건설에 제동이 걸리는 등 도시 인프라를 확충할 기회가 사라진 것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한편, 기성 정치권에 대한 비난과 항의를 앞세워 창당 7년 만에 단숨에 집권 민주당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떠오른 오성운동은 집권 능력의 시금석으로 평가되는 로마 시정의 혼란에 곤혹스러워하며 최근 라지 시장의 일부 권한을 제한하는 등 라지 시장에 대한 본격적인 통제에 나섰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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