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식 비유로 트럼프와 명확한 대립각…청중 호응 끌어내
연설 내내 강한 자신감 표출…'차이나 리더십' 선언
(다보스=연합뉴스) 이광철 특파원 =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지만 정치, 경제 엘리트 그룹에는 끼지 못했던 중국의 위상이 180도 달라진 현장이었다.
다자 협력, 자유무역, 환경문제에 등을 돌린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을 대신해 세계 리더들은 공존과 협력, 지속가능한 발전을 외친 시진핑의 중국에 열띤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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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막이 오른 제47차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의 주인공은 시진핑 주석이었다.
두 차례의 보안검색을 거쳐 행사 1시간 전부터 입장이 시작됐다.
2천여 석에 이르는 메인 홀의 자리가 모두 차서 통로에 서서 그의 발언을 듣는 참가자도 있었다.
홀에도 들어오지 못한 참가자들은 밖에서 그의 발언에 귀를 기울였고 수십 대의 카메라가 홀 안팎에서 시 주석과 참석자들을 비췄다.
클라우스 슈밥 WEF 회장의 소개로 무대에 오른 시 주석은 시종일관 여유와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곧 음력으로 새해를 뜻하는 설인데 이맘때 중국인들은 친척과 친구들을 찾는다. 나는 아내와 함께 신년인사차 다보스를 찾았다"며 중국식으로 친밀감을 표현했다. WEF를 '슈밥 이코노믹스'라고 부르며 슈밥 회장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다보스 현장 곳곳에서는 중국 언론의 열띤 취재가 이어졌다. 이른 아침에는 다보스행 열차 안에서 스키를 타러 가는 스위스인을 인터뷰하는 중국 언론도 있었다.
시 주석은 이날 중국어로 55분간 연설을 하면서 한 번도 트럼프 당선인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청중은 그가 트럼프를 겨냥해 작심한 발언을 했다는 것을 놓치지 않았고 박수로 호응했다.
'보호주의는 어두운 방에 자신을 가두는 것'이라며 느리지만 뚜렷한 목소리로 중국인 특유의 비유적인 화법을 써가며 트럼프를 비판할 때는 그가 무대에 오를 때만큼 큰 박수가 쏟아졌다.
파리 기후변화협약의 성실한 이행을 촉구하며 후세를 위한 의무라고 할 때도 박수가 이어졌다.
중국의 경제력에 대한 자신감도 연설 내내 묻어났다.
'13억 인구'라는 표현을 되풀이하고 중국이 국제 사회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으니 중국에도 많은 투자를 해달라는 당부를 거듭했다.
환경과 빈부 격차 등 현재 중국이 골치를 앓고 있는 문제도 피하지 않으면서 적극적으로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적은 이웃 나라가 아닌 빈곤과 편견이라는 앙리 뒤낭 적십자 운동 창립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중국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끌 테니 지지해달라고 당부했다.
사실상 이날 다보스 포럼 개막 연설은 미국, 유럽 중심의 국제 질서 체계를 대신할 '차이나 리더십'을 선포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시 주석은 18일 유엔 제네바 사무국을 찾는 것으로 나흘 일정의 스위스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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