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獨 '영국 좋은 것만 취할 수 없다'
(베를린=연합뉴스) 고형규 특파원 =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뜻하는 브렉시트 협상을 앞두고 본격적인 기 싸움이 시작됐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7일(현지시간) '하드 브렉시트' 스케치를 천명한 것이 직접적 계기다.
하드 브렉시트는 'EU를 떠난 영국'이 인구 5억의 EU 단일시장과 관세 동맹에서 이탈하는 것을 말한다.
메이 총리의 이날 연설에 가장 '뾰족한' 반응을 보인 것은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부총리 겸 경제장관이었다.
협상의 키 플레이어 국가인 독일의 대연정 넘버2이자 실물경제 사령탑인 가브리엘 부총리는 협상에서 영국이 유리한 것만 취하게끔 허용하지 않겠다는 원칙론을 강조했다.
그는 영국이 탈퇴 절차를 규정한 리스본 조약 50조를 발동해야 협상이 시작된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그는 메이 내각이 늦어도 3월 말까지 이를 발동할 것임을 알면서도 그렇게 말했다.
가브리엘 부총리는 다만, 영국의 브렉시트 향배가 좀더 명료해 졌다고 평가하고 이제 질서정연하게 브렉시트 절차를 서둘러 밟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오는 2월 말 선거를 거쳐 대통령에 오르는 독일의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외교장관은 마침내 영국이 밑그림을 내놓고 계획을 분명하게 했다고 환영했다.
그러나 슈타인마이어 장관 역시 영국이 공식적으로 탈퇴 의사를 밝혀야 협상은 시작된다며 리스본 조약 50조 발동 문제를 지적했다.
독일 대연정은 집권 다수인 중도우파 기독민주당 소속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소집 요구로 18일 내각회의를 마치고 '브렉시트 협상 위원회' 첫 회의를 연다.
위원회는 같은 기민당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 페터 알트마이어 총리실장, 기민당의 자매 보수당인 기독사회당 소속 알렉산더 도브린트 교통장관, 소수당 파트너인 중도좌파 사회민주당 소속 가브리엘 부총리와 슈타인마이어 외교장관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트위터를 통해 "슬픈 절차, 초현실적 시점, 그러나 적어도 좀더 현실적인 브렉시트에 관한 발표"라고 메이 총리의 발표를 평가했다.
투스크 의장은 이어 "EU 27개 회원국은 단결하고, 50조 발동 이후 협상할 태세가 돼 있다"고 썼다.
미셀 바르니어 EU 브렉시트 수석대표도 질서정연한 탈퇴야말로 'EU와 탈퇴 이후의 영국' 간 협력관계의 대전제라고 강조하고 영국을 제외한 27개 회원국에 좋은 협상을 하는 것이 자신에겐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메이 총리의 연설을 경청하고 그와 별도로 전화통화를 가질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체코의 토마스 프루자 EU 담당 장관은 하드 브렉시트가 분명해진 것은 맞지만 "영국의 계획은 약간 모호하다"며 "가능한 한 자유로운 교역, 이민자 전면 통제…, 도대체 받고자 하는 것 말고 주겠다는 건 어디 있나"라고 영국의 태도를 꼬집었다.
페러리 오포 핀란드 재무장관도 "영국이 브렉시트 계획을 개괄했다"고 평가하고 "이제 영국을 제외한 남은 27개 회원국이 공동의 입장을 정해야 한다"면서 "단결하면 견뎌낼 수 있지만, 분열하면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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