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사익 위해 뇌물" vs 삼성 "강요·공갈 피해자" 공방
특수통 출신 검사들 공격에 '법리 전문가' 호화 변호인단 맞서
(서울=연합뉴스) 전성훈 기자 = 430억원대 뇌물공여와 횡령·위증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이 18일 4시간 동안 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았다.
이 부회장의 영장심사는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3시간 40분가량 진행됐다.
구속 여부를 둘러싼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변호인 간 일진일퇴의 치열한 공방으로 법정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특검은 양재식(52·사법연수원 21기) 특검보 외에 김창진(42·31기)·박주성(39·32기)·김영철(44·33기) 검사 등 직접 수사를 담당한 정예 검사들을 투입해 이 부회장의 구속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다.
특검은 특히 이 부회장이 사익을 위해 회삿돈을 빼내 사상 유례없는 거액의 뇌물을 박근혜 대통령과 '비선 실세' 최순실(61·구속기소)씨 측에 제공한 혐의가 매우 무겁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이 국민연금공단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비롯해 경영권 승계 작업에 박 대통령의 도움을 받는 대가로 최씨 측에 430억원대 금전 지원을 했다는 입장이다.
최씨가 독일에 세운 페이퍼컴퍼니 '코레스포츠'와 맺은 213억원대 컨설팅 계약, 평창동계올림픽 이권 개입을 위해 기획 설립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16억원대 후원, 미르·K스포츠재단의 204억원대 출연금 등을 모두 대가성 있는 뇌물로 봤다.
430억원이라는 뇌물공여 액수가 역대 최대이며 그 수혜가 이 부회장에 사실상 집중된 점,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청탁이 있었던 점 등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의 압박에 어쩔 수 없이 지원했다는 삼성 측 주장에는 "삼성이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비롯해 지원 방식과 세금 문제 등을 적극적으로 협의한 점에 비춰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반박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의 혐의를 소명할 물증과 관련 진술이 충분하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증거인멸 우려 등을 고려해서라도 구속 수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사안이 중대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특검 관계자는 "혐의 입증에 자신이 있어 영장을 청구한 것"이라며 "향후 박 대통령에 대한 원활한 조사를 위해서라도 이 부회장의 신병 확보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지원금의 대가성과 부정 청탁은 어떤 경우에도 없었다는 점을 호소했다. 박 대통령의 강압으로 지원을 결정한 것으로 사실상의 강요·공갈 피해자라는 점도 내세웠다.
변호인단은 법무법인 태평양 출신의 변호사들을 주축으로 꾸려졌다. 대법원 선임·수석재판연구관을 지내 법리에 정통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송우철(55·연수원 16기) 변호사를 비롯해 문강배 변호사, 이정호 변호사 등이 참여했다. 여기에 삼성 법무실도 가세했다.
변호인단은 국정 최고 책임자인 대통령이 직접 요청한 일을 거부할 경우 경영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할 수 없이 자금을 지원했다는 논리를 폈다.
뇌물수수와 달리 뇌물공여는 공갈과 동시에 성립할 수 없는 만큼 이 부회장을 공갈 피해자로 보는 게 합당하다는 주장이다.
변호인 측은 또 매출 300조가 넘는 국내 1위 기업의 총수가 구속될 경우 초래될 경영 공백, 투자·고용 차질, 국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 등을 열거하며 불구속 수사를 강조했다.
영장 심문 직후 서울구치소로 이동해 대기하는 이 부회장의 구속 여부는 이날 밤 늦게나 19일 새벽에 결정될 전망이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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