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책 기대감 약화·보호무역 우려에 조정국면
20일 트럼프 신정부 출범 후 원/달러 방향 잡힐 듯
(서울=연합뉴스) 노재현 기자 = 원/달러 환율이 미국에서 불어온 '외풍'(外風)에 종잡을 수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작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 이후 달러화 강세로 꾸준히 상승했지만, 연초에는 방향을 바꿔 하락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18일 오전 11시께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165.8원에 거래돼 전일 종가보다 8.7원 내렸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2.0원 내린 1,162.5원에 개장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9일 미국 고용지표 호조에 15.3원 급등하면서 1,208.3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그러나 이후에는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면서 7거래일 동안 40원 가까이 떨어졌다.
그동안 달러화 강세 국면이 연초부터 조정국면에 들어선 것이다.
원/달러 환율의 급락은 트럼프 정부의 재정정책에 기대감이 약화된 영향이 크다.
그동안 국제금융시장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서면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고 물가가 크게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됐다.
트럼프 당선인은 과거 약 1조 달러 규모의 인프라 투자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작년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기준금리를 3차례 인상할 가능성을 시사하자 달러화가 날개를 단 것처럼 강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은 작년 12월 23일 종가 기준으로 1,200원대를 돌파하며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이 올해 1,300원까지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새해부터 상황은 다르게 전개됐다.
트럼프 당선인이 기자회견 등에서 재정정책 확대 등 경제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지 않자 금융시장의 기대는 실망감으로 순식간에 바뀌었다.
더구나 트럼프 당선인의 달러화 발언이 원/달러 환율의 하락을 부추겼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달러 가치가 지나치게 강세를 띠고 있다"며 "미국 기업이 (중국과) 경쟁할 수가 없는 것은 달러 가치가 너무 높아서고, 이는 우리를 죽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내 기업들을 위해 달러화 강세를 용인하지 않겠다는 뜻을 직접적으로 밝힌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은 예사롭지 않게 다가온다.
지난해 미국 대선 이후 트럼프 차기 행정부가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운 만큼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릴 것이라는 전망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확인된 것으로 평가된다.
앞으로 중국과 미국이 무역을 위해 자국의 통화가치를 떨어뜨리는 '통화전쟁'에 나서면서 달러화가 본격적인 하락세로 접어들 수 있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의 방향성은 예단하기는 어렵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의 발언과 미국의 추가적인 금리 인상 전망,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에 따라 높은 변동성을 이어갈 공산이 크다.
전문가들은 일단 오는 20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의 대통령 취임이 원/달러 환율의 고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재정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면 1,200원대로 다시 상승할 개연성이 있다.
그러나 재정정책에 대한 특별한 언급이 없고 오히려 보호무역주의에 대한 입장을 강조할 경우 원/달러 환율은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민경원 NH선물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은 달러화 강세가 과도하다는 인식에 따라 조정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며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공식 출범을 계기로 원/달러 환율의 방향성이 잡힐 것"이라고 내다봤다.
noj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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