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재평가로 시작해 소설·아동서적까지…여성계 '환영'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드라마 '사임당, 빛의 일기' 방영을 앞두고 서점가에 신사임당 열풍이 불고 있다. 학술 서적부터 어린이용 위인전까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신사임당을 주인공으로 한 책이 쏟아지는 추세다.
바람은 지난해 학계와 문단에서 시작했다. 조선 시대 문화사 권위자인 정옥자 서울대 명예교수는 '사임당전'에서 그를 "결혼생활의 성공과 자아실현을 모두 이룬 여성"으로 평가했다. 사상사·여성사·미술사 연구자들이 모여 쓴 '신사임당, 그녀를 위한 변명'은 신사임당에 대한 인식이 시대와 필요에 따라 어떻게 변해왔는지 주목한다.
문단에서는 '신사임당'(김학민), '소설 사임당'(손승휘), '사임당의 비밀편지'(신아연) 등 사임당을 내세운 역사·장르소설이 줄을 이었다. 이순원 작가가 최근 신사임당의 생애를 문헌 기록에 근거해 복원한 소설 '사임당'으로 가세했고 임나경 작가는 '사임당 신인선'을 출간할 예정이다.
어린이를 위한 책들도 잇따라 나왔다. 올해 들어 출간됐거나 예정인 관련 아동도서가 벌써 9권이다. '궁금해요, 신사임당'(풀빛), '영원히 꺼지지 않는 아름다운 빛 사임당'(사파리), '어린이를 위한 신사임당 이야기'(채운어린이), '조선에서 온 내 친구 사임당'(푸른날개) 등이 연령대별로 어린이 독자를 공략하고 나섰다.
현모양처의 대표주자라는 편견을 덜어내고 그의 예술혼과 사랑을 복원시키는 분위기가 대세다. 최근 페미니즘 바람이 학계·문화예술계의 재평가에 한몫 했다.
신사임당은 원래 위인전의 단골 인물이지만 아동서적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1980∼1990년대 위인전에서 신사임당은 '자랑스러운 어머니', '한국 어머니의 모범'이었다. 요즘은 '예술적 재능을 꽃피운 조선 최고의 여성'(풀빛 '궁금해요 신사임당')이나 '자기 삶의 주인이었던 조선 시대 여성'(푸른길 '신사임당')으로 묘사된다.
권지예 작가는 2008년작 소설 '붉은 비단보' 개정판을 지난해 '사임당의 붉은 비단보'라는 이름으로 내며 신사임당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의 사랑과 예술세계에서 모티프를 얻었지만 처음 출간 때는 '시기상조'라는 지적에 사임당의 이름을 뺐다. 사임당이 오만원권 화폐 인물로 선정되며 한바탕 논란이 일었을 때다. 당시 진보여성단체들이 가장 앞서 반대했던 점을 돌이켜보면 500년 동안 고착된 현모양처 이미지는 10년 새 상당히 희석된 것으로 보인다.
여성계는 드라마가 불붙인 요즘의 달라진 인식을 반기는 분위기다.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관계자는 "현명한 어머니는 신사임당이라는 인물의 일부분"이라며 "현모양처나 지고지순한 사랑 같은 단편적 모습이 아닌 예술가로서의 고뇌와 갈등, 사회적 장벽 등이 충분히 부각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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