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김상현 기자 = 6·25전쟁 당시 부산은 대한민국 최후의 보루로 많은 피란민이 유입됐다.
이들은 산동네나 포구 등 부산 곳곳에 터전을 잡으면서 지금까지 피란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하지만 60년이 넘는 세월 속에 피란의 흔적들은 쇠락하거나 사라지고 있다.
피란민들의 기억과 삶의 자취는 오늘의 부산을 있게 한 정체성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부산발전연구원은 부산의 근대적 뿌리를 찾는 피란수도 부산 연구의 두 번째 시리즈로 '6·25 피란생활사-피란민의 삶과 기억'을 18일 발간했다.
2015년 '피란수도 부산의 문화예술'에 이은 두 번째 저작물인 '6·25 피란생활사'는 피란민이 부산에 정착하기까지의 삶을 구술 생애사로 담아냈다.
부산 토박이로 피란민과 함께 생활한 사람,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전쟁을 피해 부산에 정착한 피란민 등 9명의 생생한 삶을 전한다.
구술 내용에 등장하는 특정 공간이나 사건, 제도, 문화 등은 문헌자료를 검토해 객관성을 높였다.
이 책은 주 생활 근거지와 활동 근거지, 피란 시기 등을 반영해 구성했다.
깡통시장과 국제시장, 남포동 등 피란민들이 장사로 생계를 이어가던 시장 공간의 의미도 살펴볼 수 있다.
책자에는 피란민을 포용했지만 때로는 배척하는 등 당시의 피란민 정책이 생생하게 표현됐다.
상이군경과 유가족이 교사가 될 수 있었던 당시 교육정책과 천막교실, 피란민과 토박이 간 또는 피란민과 피란민 간 문화충격 등을 엿볼 수 있다.
이번 연구를 책임진 채영희 부경대 교수는 피란민의 삶의 모습을 '그 특별한 시기를 평범한 일상으로 만들기 위해 저마다 치열하게 살아낸 위대한 생존의 서사'라고 표현했다.
부산은 최근 피란수도로서의 부산을 기억하고 기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피란수도 부산의 역사, 생활문화, 삶의 기록 등을 미래 자산으로 재조명하기 위해 피란수도 부산 유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작업을 추진 중이다.
김형균 부산발전연구원 박사는 "기록으로 남아있는 피란수도의 역사는 물론 그 시절을 살아왔던 피란민들이 직접 기억하고 체험했던 이야기들도 세계유산 등재 과정에서는 매우 중요한 기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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