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판 입시농단'…딸 특혜 입학시킨 고교 교감 고발

'경남판 입시농단'…딸 특혜 입학시킨 고교 교감 고발

상위권 학생 입학 포기 종용, 입학 여의치않자 다른 학교서 억지 전학

(창원=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경남도교육청이 딸에게 입학 등 각종 특혜를 준 혐의로 한 사립고등학교 교감을 형사 고발했다.






도교육청은 지난해 12월 A 사립고등학교를 대상으로 수일간 특별감사를 실시, 이 학교 교감 등 3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고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이 학교는 신입생을 전국 단위로 모집하며, 성적순으로 학생을 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 결과에 따르면 교감은 이 학교에 입학 상담을 하러 온 상위권 학생 일부에게 '입학이 어려울 것 같다'며 사실상 지원을 포기시키는 방법으로 이들에 비해 성적이 미달되는 자신의 딸을 입학시켰다.

그 해 이 학교에서 지원 상담을 받은 학생 148명 중 교감 딸은 144등으로, 80명이 약간 넘는 합격권에서 한참 벗어나 있었다.

이에 교감과 교무부장이 상담 중 지원자 일부를 걸러냈고, 상위권 수십명이 입학을 포기한 결과 교감 딸이 합격자에 포함됐다.

그러나 합격자 명단에서 빠진 한 학생의 부모가 "합격된다고 했는데 왜 명단에 없느냐"고 항의를 해 학교 측이 살펴보던 중 해당 학생의 원서가 누락된 사실을 발견했다.

이 학생을 구제할 수밖에 없어 '턱걸이 합격'한 것으로 처리됐던 교감 딸은 결국 다른 학교로 옮길 수밖에 없었다. 신입생 모집 인원은 당초 계획 인원을 초과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교감은 "내 딸을 (최종 합격자에서) 빼겠다. 다른 학교로 보냈다가 나중에 우리 학교로 전학시키자"며 교장, 교무부장과 공모한 것으로 도교육청은 파악했다.

교감은 인근 B 사립학교 교장에게 추가 모집을 부탁, 딸을 B 학교에 합격시켰다. 이 과정에서 B 학교는 추가 모집 공고도 내지 않았다.

교감은 B 학교 합격생 신분이 됐는데도 전학을 염두에 두고 딸에게 A 학교 반 편성 배치고사를 치게 했다.

교감 딸은 거주 또는 재학기간 등 조건상 전학 대상자에 포함되지 않는데도 교감은 딸을 A 학교로 전학 처리, 입학식부터 참석하게 했다.

교감은 여기에다 B 학교 합격생 신분으로 치른 딸의 A 학교 배치고사 성적을 영재학급 선발에 필요한 점수로도 반영해줘 딸을 영재학급에서 공부하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재학급을 희망한 다른 학생 한 명은 교감 딸 때문에 탈락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A 학교는 보관 규정도 어기고 배치고사 답안지조차 임의 폐기한 상태여서 교감 딸의 당시 성적을 확인할 수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교감 딸에 대한 특혜가 불거진 것은 "성적이 낮은 애가 영재학급에 들어왔다"며 한 학생이 민원을 제기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교육청은 이런 감사 결과를 토대로 A 학교 법인에는 교감의 해임과, 교감과 공모한 교장·교무부장의 정직을 요구했다.

교감 딸은 조속히 전학시켜야 한다고도 했다.

B 학교 교장에게는 경징계를 하도록 소속 법인에 요청했다.

A 학교 측은 "고의가 아니었고, 특혜를 제공한 바 없다"며 향후 소명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도교육청 측은 "교감 딸이 재학 중 성적 등 다른 특혜를 받았는지는 수사기관이 확인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k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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