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풍력 등 재생가능에너지 산업 미래 좌우할 중요한 시험대"
값싼 과잉 태양 발전 저장했다가 필요시 공급…삼성SDI 리튬이온전지 사용
(서울=연합뉴스) 윤동영 기자 = 태양, 바람 등을 이용한 재생가능 에너지 업계가 숨죽이며 지켜보는 거대한 전기 저장 장치 실험이 미국 남캘리포니아에서 진행되고 있다.
삼성SDI가 만든 대용량 리튬이온전지를 사용한 전기 저장시설이 완공 단계여서 다음 달 안에 이 지역 전력공급망에 접속, 가동에 들어간다고 뉴욕타임스가 18일 전했다.
이 지역의 수많은 태양 발전소들에서 낮 시간에 수요에 비해 과잉생산되는 값싼 전기를 저장했다가 사람들이 집으로 퇴근하는 초저녁 수요가 급증할 때 저장된 전기를 공급하는 개념이다.
충전과 방전을 계속할 수 있는 이 대형 전기저장 시설은 사실상 주문형 발전소 같은 것으로, 이론적으론 기존의 실제 발전소들을 대체할 수도 있다.
이 사업이 재생가능 에너지 업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는, 일정 지역 전체나 산업에 전력을 공급할 만한 수준의 전기저장 시설이 설계대로 작동하게 되면, 태양이나 풍력 발전 업자들이 이를 활용, 해가 나지 않거나 바람이 불지 않는 날에도 중단없이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할 수 있게 됨으로써 종래의 발전소를 대체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남캘리포니아 3곳에서 공사 중인 대형 축전지 시설 가운데 가장 큰 샌디에이고 북쪽 48km 지점의 샌디에이고가스전기 운영 센터에 들어선 저장시설은 부엌 서랍 크기의 고용량 리튬이온전지 1만9천 벌이 내부 선반에 차곡차곡 채워진 옷장 모양의 큰 금속 상자들로 돼 있다. 약 2만 가구에 4시간 지속해서 전기를 공급할 수 있는 용량이다.
성공한다면 청정 에너지의 미래에 무궁한 가능성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되지만, 전지 설계나 관리에 오류가 있으면 화재와 폭발의 위험이 있다. 테슬라, 휴렛팩커드 컴퓨터, 호버보드, 삼성의 갤럭시 노트7 등에서 일어난 발화 문제와 같은 것이다.
그러나 이곳에 사용된 리튬이온전지는 갤럭시 노트7에 사용된 전지와 회로 설계가 다를 뿐 아니라, 작은 스마트폰에서와 달리 이상 작동 여부 감시와 냉각, 통풍 설비 등 여러 안전조치를 갖췄다고 이 사업을 추진하는 에너지업체 AES측은 설명하면서 전지 설계와 안정성을 자신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AES가 샌디에이고가스전기 측과 맺은 계약상 AES는 이 시설의 가동을 10년간 보증한 뒤 샌디에이고가스전기 측에 넘겨주게 돼 있다. 매일 완전 충전과 방전을 거듭하다 보면 성능이 예상보다 빨리 저하될 수도 있다.
AES는 샌디에이고 사업과 별개로 롱비치에 더 큰 전기저장 시설을 설치하는 10억 달러 규모의 계약도 맺었으며, 샌 가브리엘 강변에 있는 노후 가스발전소를 이러한 배터리로 대체할 계획이다. 이런 방식으로, 아직 석탄과 천연가스 화력발전 위주인 회사의 발전 포트폴리오를 장기적으론 재생가능 에너지로 전환해 나갈 방침이다.
캘리포니아가 이런 모험적인 시도에 나선 것은 지난 2015년 남캘리포니아의 거대한 천연가스 저장소에서 미국 역사상 최악의 가스 누출 사고가 난 게 계기가 됐다. 사상 최악의 하나로 꼽히는 환경 피해가 발생했을 뿐 아니라 가스 화력발전소를 가동하는 데 필요한 연료공급이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미국 내에서도 환경보호 의식이 높은 캘리포니아주 당국은 다시 천연가스 발전으로 돌아가는 대신, 리튬이온전지를 사용해 재생가능 에너지의 활용도를 높이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 금융가인 월가의 전력 산업 분석가들과 에너지 전문가들은 대규모 전기저장 시설이 아직 검증되지 않은 점과 그로 인한 자금 조달 위험을 들어 아직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며, 전력 산업계의 임원들도 비용효과 면에서 신중한 입장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y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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