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사망후 400년뒤 개발된 물감 사용…뉴욕서 판매대금 반환소송
(뉴욕=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 세계적인 경매 전문기업 소더비가 또 '가짜그림' 중개 논란에 휘말렸다.
16세기 이탈리아 화가인 파르미자니노(1503∼1540)의 그림 한 점이 전문가 감식에서 위작으로 드러난 것이다.
소더비는 이 그림을 산 고객에게 구매대금 전액을 반환하고, 작품을 넘겨받은 미술 컬렉터를 상대로 미 연방 뉴욕지법에 판매대금 반환소송을 제기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문제의 그림은 파르미자니노의 작품으로 알려진 '세인트 제롬(St.Jerome)'이라는 초상화다.
소더비는 지난 2012년 경매에서 리오넬 드 생 도나-푸리에르라는 컬렉터로부터 이 그림을 양도받아 또 다른 컬렉터에게 84만2천500달러(9억8천700만 원)에 팔았다.
소더비는 지난해 자사가 판매를 중개한 네덜란드 화가 프란스 할스(1581년경∼1666년)의 초상화 작품이 위작으로 판명 난 후 파르미자니노의 그림의 진위에 대해서도 조사에 들어갔다.
두 그림 모두 동일한 공급처를 거쳤기 때문이다. '세인트 제롬'이 생 도나-푸리에르에게 판매되기 전 문제가 있는 중개상을 거쳤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세인트 제롬'에 대한 감식을 벌인 소더비는 '참담한' 결과를 마주해야 했다.
이 그림에 사용된 안료는 화가가 생존한 16세기 아닌, 20세기에 개발된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소더비는 소장에서 "그림에 사용된 안료 샘플은 한결같이 파르미자니노 사망 후 400년 뒤에나 처음 사용된 현대의 합성 프탈로사이아닌 녹(綠)이라는 안료를 함유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소더비는 이에 따라 현재 룩셈부르크에 거주하는 예술사학자 생 도나-푸리에르에게 판매대금 67만2천 달러(7억8천700만 원)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앞서 할스의 초상화도 같은 안료 분석으로 위작임이 드러났다.
소더비는 이 작품에 사용된 물감이 17세기가 아닌 현대에 사용되는 것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지난해 이 작품의 구매 고객에게 840만 파운드(약 119억 원)를 변제했다.
할스의 초상화에 앞서 소더비가 지난해 초 중개한 르네상스 시대의 독일 화가 루카스 크라나흐의 작품 '비너스'(1531년 작)도 위작으로 밝혀지면서 소더비의 신뢰도에 금이 간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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