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시간을 주자"…中 "승자없는 무역전쟁 자제해야"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이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일명 다보스포럼)에 참석, 중국과 미국은 무역전쟁 상황까지 내몰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19일 홍콩계 봉황망에 따르면 마 회장은 다보스포럼의 한 세션에 패널로 참가해 "중국과 미국이 결코 무역전쟁까지 가지 않을 것"이라며 "트럼프에게 약간의 시간을 주자. 그는 사고가 열려있는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마 회장이 최근 다보스포럼에서 반(反) 보호 무역주의를 주창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측면 지원하면서도 최근 만남을 가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도 옹호하는 중재자 역할을 자임한 것이다.
마 회장은 지난 9일 뉴욕에서 트럼프 당선인을 만나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플랫폼이 미국의 소기업이 중국과 아시아에 제품을 팔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미국에서 100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마 회장은 이날 토론에서 "미중 무역전쟁의 결과는 끔찍할 것"이라며 "만약 그런 충돌을 막지 못한다면 심지어 알리바바마저 희생될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미국과 중국간 무역전쟁이 벌어지면 트럼프에 약속한 100만개의 일자리도 무산될 수 있다는 점을 은연중 내세운 발언이다.
마 회장은 트럼프와 회동할 당시 무역 문제를 특별히 논의하지는 않았고, 트럼프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몰아붙이거나 중국에 일자리를 빼앗기고 있다는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최근 미국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인수한 중국 최대 부호인 왕젠린(王健林) 완다(萬達)그룹 회장도 다보스포럼에 참석, 미국이 중국의 할리우드 투자에 장벽을 치지는 않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미국 정부가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검열이나 통제 조치를 취하려는 움직임은 없다"면서도 "하지만 만약 장벽이 세워지면 미국과 중국 모두에게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완다가 지난해 미국의 레전드리 엔터테인먼트와 딕 클라크 프로덕션을 인수한 이후로 미국 정치권에서는 할리우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대한 중국 기업의 인수 문제를 좀더 깊숙히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들고 있다.
왕 회장은 "이는 분명한 보호 무역 조치"라며 "미국의 조치에 맞서 중국이 보복하게 된다면 결국에 쌍방 모두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낳을 것"이고 "(무역전쟁이) 현실화되지 않기만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부터 중국이 불공정한 무역을 하고 있다면서 보복관세 부과 등을 주장했고 그가 예고한 이들에 대한 징벌적 수입관세는 중국의 보복관세로 이어지며 무역전쟁으로 확대될 소지가 적지 않다.
전운이 고조된 상황에서 시 주석은 17일 다보스포럼 개막연설을 통해 보호 무역주의에 대해 결연한 반대를 천명한 뒤 "누구도 무역 전쟁에서 승자가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미중 양국이 정면대결하게 되면 '양패구상'(兩敗俱傷·쌍방이 다 패하고 상처를 입음)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트럼프 정부측에 손을 내밀고 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정례브리핑에서 "중미 경제무역 관계는 본질적으로 '상호이익과 공영'"이라며 "쌍방 협력이 양국 국민에 모두 이득이 된다"고 밝혔다.
화 대변인은 미중무역전국위원회의 최근 보고서를 인용하기도 했다. 보고서는 미중 양자무역 관계가 미국의 취업을 늘리고 미국인의 생활수준을 향상시켰으며 세계 산업생태계에서 미국의 우위를 보장해주고 있다면서 중국과의 경제무역 관계를 증진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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