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성 증언…"일일이 다 고치기 힘들어 의견 들어"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연설문이나 청와대 비서관 회의 말씀자료 등 작성 과정에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개입한 정황이 비교적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박 대통령의 핵심 측근인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19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7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나와 "대통령이 2012년 대선 때부터 최씨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연설문 등 작성 과정을 진술했다.
정 전 비서관의 말을 종합하면 최씨는 연설문 등이 최종적으로 확정되기 전에 자신의 의견을 개진해 반영시켰던 것으로 보인다.
정 전 비서관은 "취임 후 초반에는 공식 라인, 각 수석실에서 자료가 올라오면 연설기록비서관실에 보내고 그걸 다듬어서 대통령에게 올려드렸다"고 말해 초안 작성 과정에는 공식적인 라인을 거쳤음을 시사했다.
박 대통령은 이렇게 올라온 초안을 보고 일일이 직접 고치다가 피곤하기도 하고 힘들어서 최씨의 조언을 구했다는게 정 전 비서관의 진술이다.
정 전 비서관은 "대통령이 엄청 바쁜데 연설문을 고치다 보면 힘들고 해서 저에게 많은 말씀을 하신다"며 "최순실 씨 의견을 들어서 (그 내용을) 반영하라는 말씀도 있었다"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 그러나 그런 과정을 거쳐 최씨가 전달한 의견을 다 반영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정 전 비서관은 "최씨가 간단하게 전화로 자기 의견을 얘기하기도 하고 조금 수정해서 보내오기도 했다"며 "잘 고쳤다 생각되는 부분은 반영하고 조금 아니다 싶은건 '킬'했다"고 진술했다.
정 전 비서관은 "최씨가 정책적으로 뭘 판단해서 고치고 할 능력은 전혀 안된다"며 "말씀자료의 수준이 높아서 최씨가 '이건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다' 싶으면 그 내용을 쉽게 고치는 경우가 있다"고 부연했다.
'대통령의 말씀자료 등이 사전에 최씨에게 유출되는 게 대통령 뜻이었나'라는 국회측 대변인의 물음에 정 전 비서관은 "최씨가 이 자료들을 다 본 것은 아니다"라며 "그게 특별히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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