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방현덕 박경준 김예나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비선 실세' 최순실씨가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개최에 영향을 미쳤음을 일부 시인했다.
정 전 비서관은 19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나와 '최씨가 2013년 10월 27일 전화해 박 대통령 유럽 순방 전 수석비서관 회의를 개최하라고 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밝혔다.
그는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으로 시끄러운 상황임을 고려해 최씨가 "훌쩍 가는 건 아닌 것 같다. 외국만 가는 것 같다. 순방 가기 전에 수석비서관 회의나 국무회의를 잡아보라 하자"고 말했다고 인정했다.
또 최씨와 통화를 마친 뒤 3일 후인 그해 10월 30일 당초 계획에 없었던 수석비서관 회의가 열린 것도 맞다고 했다.
다만 정 전 비서관은 "최순실이 그런 의견을 제시했다고 없던 회의를 최가 잡았다는 것은 너무 일방적인 단정"이라며 "회의 일정은 대통령이 여러 상황, 보좌진 의견을 다 논의하고 확인해 결정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 전 비서관은 또 최씨가 자신이 알려주기도 전에 이미 국무총리의 대국민 담화 일정을 알고 있었다는 의혹에 대해 "(사정을)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또 자신이 2013년 3월 국무총리 실장, 국정원장 등 인선안 문건을 최씨에게 하루 이틀 미리 전달해줬으며 이는 의견을 듣기 위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발표할 것'이라는 것을 알려준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대선 때도 계속 같이해 왔고 최씨는 기본적으로 우리 입장에서는 없는 사람, 대외적으로 없는 사람, 존재하지 않고 뒤에서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도와주는 사람이었다"며 "최씨가 밖으로 등장하면서 일이 이렇게 꼬인 것 같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국회 측 이용구 변호사가 "지금 말한 것이 바로 비선실세라는 의미"라고 지적하자 정 전 비서관은 헛웃음만 짓고 말을 잇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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