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중앙공원 금개구리 서식지 축소키로…시민 반발 여전

입력 2017-01-19 17:00  

세종시 중앙공원 금개구리 서식지 축소키로…시민 반발 여전

환경부 '서식지 훼손' 경고…주민들 "뉴욕 센트럴파크처럼 만들어야"

(세종=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세종시 신도시(행정중심복합도시)에 중앙공원을 조성 중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민 반발에 부딪혀 금개구리 서식지 규모를 절반 이하로 줄이기로 했다.


신도시 아파트 입주민들은 금개구리 서식지를 아예 다른 곳으로 옮기라고 주장하고 있어 합의점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9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에서 행복청, 세종시, LH 세종특별본부, 입주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중앙공원 생태습지 조성 계획을 논의하기 위한 '중앙공원 다자간협의회'가 열렸다.

LH는 이 자리에서 중앙공원 금개구리 서식지 규모를 기존 54만㎡에서 21만㎡로 줄이는 안을 주민들에 제시했다.

세종시 신도시 입주민들로 구성된 시민모임과 입주자대표협의회 등이 중앙공원을 금개구리가 아닌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반발한 데 따른 것이다.

중앙공원은 2019년까지 세종시 연기면 세종리 세종호수공원 및 국립중앙수목원 조성 예정지와 금강 사이 장남평야 140만9천307㎡에 조성되는 도심 속 공원이다.

LH는 '장남평야 중앙 텅 빈 공간 농지로 존치'를 콘셉트로 한 국제 설계공모 당선작을 토대로 2011년 중앙공원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이 계획에는 전체 면적(140만9천307㎡) 중 27만㎡가 보전지역으로 제시됐다.

그해 말 장남평야에서 멸종위기종 2급인 금개구리가 발견되면서 개발 사업이 중단됐고, LH는 금개구리 보호를 위해 보전지역을 54만㎡로 두 배 늘려 조성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LH 관계자는 "개발에 앞서 개체 서식지를 조사하는데 멸종위기종인 금개구리가 나왔고, 환경부 방침에 따라 서식지에서 가장 가까운 근거지로 옮기도록 했다"며 "당초에는 중앙공원 조성 부지인 장남평야 전체가 서식지였지만, 공원 조성계획에 따라 21만㎡로 수정한 안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도시 입주민들은 "사람의 왕래가 잦은 중앙공원에서 피식동물인 개구리가 살기 어렵다"며 서식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이날 참석한 한 시민은 "주민들은 중앙공원을 뉴욕 센트럴파크처럼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하길 원한다"고 주문했다.

또 다른 주민도 "겨울철만 되면 조류인플루엔자(AI) 때문에 이용할 수 없는 생태·습지·논 형태는 모두 반대한다"고 항의했다.

환경단체는 이미 중앙공원이 금개구리 서식지로 가장 적합하다는 전문가 용역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이전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박창재 세종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금개구리 서식지는 이미 장남평야 전역에서 31만㎡로 축소됐고, 현재 21만㎡까지 축소된 안이 나와 현재도 서식지가 많이 훼손된 상태"라며 "금개구리 최대 서식지를 보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시민들 사이에서 "금개구리가 그렇게 대단하냐"며 격앙된 반응이 흘러나왔고, 행복청 관계자가 "그럼 다 죽일까요?"라고 응수하면서 회의 분위기가 험악하게 흘러갔다.

결국 시민들이 '행복청장 퇴진 운동을 벌이겠다'며 회의 도중 자리를 뜨면서 파행을 맞았다.


이에 대해 금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4월 중순 이후 금개구리가 동면에서 깨어나면 건조지역으로 방치되기 때문에 더 문제"라며 "서식지 훼손에 대한 보존대책이 마련되지 않으면 '고발' 등 행정조치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행복청과 LH, 세종시, 입주민 등으로 구성된 중앙공원 다자간협의회는 지난해부터 이날까지 4차례 열렸다.

행복청과 LH는 다음 달 중 회의를 끝내고 연내에 중앙공원 2단계 공사 설계에 들어갈 방침이다.

jyou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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