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부는 19일 물가관계장관회의 겸 경제현안점검회의를 열고 물가동향과 대응방향을 논의했다. 물가관계장관회의는 2013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최근 들어 농축산물이나 가공식품 같은 장바구니 물가가 급등한 데 따른 것이다. 조류인플루엔자(AI)의 여파로 올해 달걀값은 작년 동기보다 65.1% 올랐다. 배추(78.5%)나 무(115.4%) 등은 태풍 피해의 여파가 컸다. 라면, 맥주 같은 가공 음식료품도 일부 인상된 데다 몇몇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상하수도나 쓰레기봉투 등의 공공요금을 올렸다. 가뜩이나 어려운 서민 가계에 비상이 걸린 셈이다. 월급만 빼고 오를 건 다 올랐다는 푸념이 나올 법하다.
정부는 이번 회의에서 물가 상승 요인별로 대책을 내놨다. 농산물은 정부 비축 물량의 공급을 늘리고 가공식품은 감시활동을 강화해 불합리한 인상을 억제하기로 했다. 지방 공공요금은 인상 자제나 인상 시기 분산을 유도하기로 했다. 중장기적인 물가안정 대책도 제시했다. 농·축·수산물의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알뜰주유소와 알뜰폰의 운영 효율화로 석유·통신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서민들의 체감물가가 높은 상황이어서 (여기에) 최우선의 노력을 집중할 것"이라며 "중장기적인 물가안정 노력을 병행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책에 특별히 눈을 끌 만큼 획기적인 내용은 없다. 그러나 4년 만에 장관급 물가회의를 열어 물가안정 의지를 밝힌 것만큼은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물가는 우리 경제가 저성장 기조에 빠지면서 비교적 쉽게 관리돼온 측면이 있다. 연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2012년 2.2%에서 2013년 1.3%로 낮아진 뒤 2014년 1.3%, 2015년 0.7%, 2016년 1.0% 등 4년째 2%에도 못 미쳤다. 저성장과 저물가가 쌍둥이처럼 지내온 셈이다. 정부는 아직도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1% 초반대에서 움직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장바구니 물가가 많이 오르면서 체감물가는 급등했지만, 저물가 기조는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나 국제 곡물의 재고 감소 같은 기초 여건을 보면 물가 상승 압력이 갈수록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비자 물가의 선행지표 격인 생산자물가도 작년 12월 100.79로 전월보다 0.8% 올랐다. 이는 1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5개월째 상승세를 지속했다. 저물가의 원인 중 하나인 시중금리도 이미 바닥을 치고 상승세로 전환했다.
한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스테그네이션+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는 이유다. 아직 대부분 전망기관은 물가 상승률이 다소 높아지더라도 과도한 수준은 아닐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소비자 물가가 1.8%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낙관할 일만은 아니다. 유가나 원자재 가격이 예상외로 빠르게 오르면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물가만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서민 경제가 심각한 이중고에 허덕일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이런 상황에 대비해 서민 생활과 밀접한 물가부터 철저히 관리하고 필요할 경우 과감한 선제 조처를 해야 한다. 경제 주체들도 장기간 저물가에 익숙해지며 갖게 된 타성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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