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 해제된 美국가정보위원회 1991년 '제재 시뮬레이션' 보고서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미국 정보 당국이 1990년대 초반 북한에 대해 경제제재를 가하더라도 핵 개발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결론을 내렸던 것으로 20일 밝혀졌다.
연합뉴스가 이날 입수한 기밀해제 된 1991년 12월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NIC는 북한에 대해 경제제재를 가할 경우 북한에 미치는 영향을 시뮬레이션해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일본 등의 반응을 다각도로 예측했다.
보고서는 우선 대북제재가 휘청이던 북한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석유 공급이 끊어지면 핵심산업들마저 붕괴하고, 식량 수입이 줄어들면서 당시 하루 두 끼로 연명하던 주민들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시나리오를 도출했다.
또 대북제재를 가하면 북한이 한층 호전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 또는 우리나라의 기반시설과 주요 인사들을 대상으로 테러를 가하거나 휴전선 비무장지대(DMZ)에서 긴장을 고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그러나 대북 경제제재가 북한의 핵 개발 프로그램 중단을 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나타냈다.
보고서는 "전례로 볼 때 북한 당국은 제재를 전쟁행위라고 포장하면서 주민들에게 더 큰 희생을 요구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북한 주민들이 반발하기보다 한층 적극적으로 정권을 지지하게 될 것"이라고 적었다.
당시 남한 당국이 대북제재에 소극적이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보고서에 들어있다.
보고서는 우리 정부가 북한의 도발 가능성을 우려하고 1992년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남북간 대화 단절과 북한 경제의 붕괴를 심각하게 받아들일 것으로 판단했다.
이밖에 중국이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옛 소련은 소극적으로 나서는 등 주변국들도 대북제재에 호의적이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재가 실제로 가해지면 북한은 중국, 소련, 중동에 손을 내밀 것으로 보고서는 관측했다.
anfou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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