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성 "좋은 표현 있을까 의견들어"…문화체육 '비선라인' 의혹도
안창호 재판관 "보이지 않는 서열 있나"…정 "朴과 崔 관계 고려한 배려일 뿐"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방현덕 박경준 김예나 기자 =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에서 '비선 실세'최순실씨가 대통령 연설문에서 청와대 수석회의까지 전방위적으로 '국정농단'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났다.
19일 헌법재판소 1층 대심판정에서 열린 박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7차 변론에 증인으로 나선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최씨가 대통령 연설문 수정에 개입한 사실이 있다고 증언했다.
그는 증인신문에서 "최씨에게 대통령 말씀 자료를 보낸 이유가 뭐냐"는 국회 측 질문에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고 조금이라도 (의견을) 모아놓으면 좋은 표현이 있을까 (생각해 최씨의) 의견을 들은 것"이라고 답변했다.
정 전 비서관은 또 "대통령이 2012년 대선 때부터 (연설문 작성 과정에서) 최씨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밝혀 최씨가 연설문이 최종 확정되기 전에 자신의 의견을 반영시킨 이력이 오래됐음을 설명했다.
또 "최씨의 의견을 말씀한 대로 (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며 "(서로 의견이 달라도) 최씨의 의견을 묵살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공문서'인 대통령 연설문을 수정하는 작업에 청와대가 '민간인' 신분인 최씨와 의견을 공유한 사실을 인정한 것이다.
정 전 비서관은 다만 최씨의 개입은 단순한 표현상의 수정에 불과했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최씨가 연설문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정책 내용도 추가했냐"는 질문에 "최씨가 정책을 새로 만들어 넣을 수 있는 상황도, 관계도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최씨가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 개최에도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정 전 비서관은 "최씨가 2013년 10월 27일 전화해 박 대통령 유럽 순방 전 수석비서관 회의를 개최하라고 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변했다.
그는 이 통화 3일 후인 2013년 10월 30일 당초 계획에 없었던 수석비서관 회의가 열린 사실도 증언했다.
다만 "(수석비서관 회의는 특별한 안건이 없더라도 대통령이) 열라고 하면 언제든 열 수 있다"며 이날 회의가 반드시 최씨의 지시에 의한 것은 아니라는 전제를 달았다.
최씨가 문화체육 분야의 '비선 라인'으로 활동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김상률 전 청와대 수석은 이날 오전 증인신문에서 청와대 특혜 의혹을 받는 더블루K에 대한 정보를 박 대통령이 접촉하게 된 경로를 묻는 말에 "(박 대통령의) 개인적인 관계나 자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답변했다.
최씨가 정 전 비서관 등을 이용해 국정에 전방위적으로 개입한 여러 정황이 드러나자, 사실상 최씨가 청와대 비서관들의 상관 역할을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안창호 재판관이 "(최씨와 관계에서) 어떤 보이지 않는 서열이 있어 인사 자료를 건네준 게 아니냐"고 지적하자,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과) 여러 가지를 상의하고 말씀 자료도 보내는 그런 관계이기에 일찍 알 수 있도록 '배려'했을 뿐"이라고 답변했다.
hy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