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덮친 '눈 폭탄'…지하철역 붐비고 도로는 한산

입력 2017-01-20 07:37   수정 2017-01-20 08:28

서울 덮친 '눈 폭탄'…지하철역 붐비고 도로는 한산

"대중교통 이용할걸" 출근길 직장인 발 동동…'택시 대란'도

(서울=연합뉴스) 사건팀 = 20일 새벽 서울에 '눈 폭탄'이 터지면서 출근길 지하철역과 버스 정류장에 시민들이 몰려들어 붐볐다.

반면 눈길에 자가용을 집에 두고 나온 직장인이 많아 도로는 매우 한산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7시 현재 서울 지역 적설량은 6.3㎝다.

이른 아침 출근길을 재촉한 시민들은 총총걸음으로 눈길을 걸었다.

차량이 많이 다니는 대로변은 그나마 눈이 덜 쌓였지만, 아파트나 주택가들이 밀집한 이면도로는 제설 작업이 되지 않아 미끄러운 탓에 시민들은 조심스레 발길을 옮겨야 했다.

동도 트기 전 서울 용산구 한 아파트 입구의 눈을 쓸고 있던 경비원 홍모(62) 씨는 "작년에 한 할머니가 빙판이 된 계단을 내려가다가 넘어져 다쳐서 고생했다"며 "주민들이 출근하기 전에 미리 눈을 다 치워야 우리도 맘이 편하다"고 말했다.

많은 눈이 올 것이라는 날씨 예보가 나온 덕인지 평소 자가용을 이용해 출근하던 사람 중 많은 사람이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서울 강북구에서 종로까지 출근하는 회사원 강모(33) 씨는 "평소보다 20분 정도 일찍 집에서 출발했다"면서 "눈이 쌓여 도로가 막히면 퇴근길에도 고생할 것 같아 아예 차를 두고 나왔다"고 전했다.

출근길 빙판길 정체를 피해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는 시민들로 지하철역은 이른 시간부터 붐볐다.

서울 강남역에서 출발하는 신분당선은 두번째 지하철역인 양재역에서 이미 좌석이 꽉 찼다. 평소 출근길과 비교하면 승객이 2배는 많은 수준이다.

오전 6시 35분께 5호선 열차를 탄 김모(51) 씨는 "아직 북새통까지는 아니다"라며 "그러나 동시간대 평소보다 많은 사람이 출근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앞서 오전 6시께 지하철로 출근한 박모(66) 씨는 "평소보다 지하철에 사람이 더 많았다"며 "대설주의보에 사람들이 일찍 출근을 서두른 게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도로 위 차들은 평소보다 눈에 띄게 느린 속도로 움직였다. 도로가 미끄러워 제동거리가 길어지다 보니, 차량이 정지선에 맞춰 서지 못하고 횡단보도를 침범해 길을 건너는 보행자들 앞에서 겨우 멈춰서는 아슬아슬한 모습도 연출됐다.

서울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쪽에서 경기 용인시로 출근하는 직장인 이모(30) 씨는 "차에 스노체인을 장착하는 도중에도 계속 눈이 내리는 것을 보고 길이 막힐 것 같아 자가용 출근은 포기했다"며 "대중교통을 이용하려면 평소보다 일찍 집에서 나왔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큰일"이라고 말했다.

출근 수단으로 이날만큼은 택시를 택한 시민이 많은 탓에 '택시 대란'도 일어났다.

직장인 양모(29·여) 씨는 "평소와 달리 택시가 20분 넘게 안 잡히고 카카오톡 택시도 안 잡혔다"면서 "어쩔 수 없이 지하철로 출근했는데 아침부터 진을 뺐더니 피곤하다"고 말했다.

사고도 잇따랐다. 서울 여의도 사무실로 승용차로 출근한 이윤형(33) 씨는 "오면서 트럭이 중앙분리대를 받은 교통사고 현장을 목격했다"며 "평소보다 10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고 말했다.

눈 때문에 불편하기도 했지만, 오랜만에 눈이 소복이 쌓인 거리나 골목을 사진으로 찍어 지인들에게 전송하는 시민도 있었다.

직장인 배모(32) 씨는 "눈이 생각보다 많이 쌓여 있어서 놀랍고 반가워서 출근하는 동안 사진을 여러 장 찍었다"면서 "두리번거리면서 걷다가 얼음에 미끄러져 넘어졌는데 아무도 못 봐서 다행이었다"고 말했다.

현재 많은 눈은 내리지 않고 있으나, 곳곳에서 여전히 약한 눈발이 흩날리고 있다. 기상청은 이번 눈이 오전 9시 즈음부터 잦아들어 정오 전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경찰은 "출근길 도로에 차들의 정체가 예상되므로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혼잡한 상황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ah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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