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LA 곳곳서 교사·학생·학부모 '反 트럼프 집회'

입력 2017-01-20 09:02  

美 LA 곳곳서 교사·학생·학부모 '反 트럼프 집회'

초중고 350곳서 열려…이민자 단속·교육 민영화 반대

취임식 날 일부에선 동맹휴교…수업서 취임사 비교도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하루 앞둔 19일(현지시간) 로스앤젤레스(LA) 초중고 학교 곳곳에서 '반(反) 트럼프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는 일부 학교에서 우천으로 취소되기는 했지만, LA 광역교육청 산하 초중고 350여 곳에서 교사뿐만 아니라 학생, 학부모까지 참석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AT)가 전했다.






집회 참가자들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대대적인 불법 이민자 단속이 대대적으로 이뤄지고 교육 민영화가 확대·심화할 것을 우려했다.

LA 마 비스타(Mar Vista)에 있는 그랜드 뷰 블러바드 초등학교에서 열린 집회에는 최대 교원노조단체인 미국교육협회(NEA) 릴리 에스켈슨 가르시아 회장이 직접 참석했다.

가르시아 회장은 "우리는 매우 강경한 이민정책을 내세운 새 대통령을 맞이한다"면서 "내일 우리는 주변에서 '이 땅을 떠나라'라는 추방 권고를 받는 사람들을 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이런 사태를 진정으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이것이 오늘 집회를 열게 된 직접적 계기"라고 강조했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이 땅은 당신의 땅이 아니다", "우리는 결국 극복할 것"이라고 영어와 스페인어로 쓰인 피켓을 들고 시위에 나섰다.

LA 북쪽 샌퍼낸도 밸리에 있는 알레타 고교에서는 학생회가 집회를 주관했다. 이 집회에는 교사 10여 명, 학생 100여 명이 참석했다.

학생회 대표 페드로 레예스(18)는 "트럼프 후보가 당선됐을 때 장차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우려가 팽배했다"면서 "하지만 새 대통령에게 여전히 희망을 놓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일이 발생할 때까지 어떠한 판단도 유보할 것"이라며 "하지만 굴복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레예스는 어렸을 적 부모를 따라 미국에 입국한 불법 체류 신분 이민자로,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불법 체류 청소년 추방유예 프로그램(DACA)의 혜택을 받고 있다.

졸업반 로사 로사스(16)는 불법 체류 이민자 친구들의 신변이 걱정스럽다고 언급하면서 "여성으로서 트럼프의 저속한 '라커룸 토크'가 역겹다"고 비판했다.






이날 집회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초강경 이민정책 외에도 교육 민영화도 주요 쟁점이 됐다.

특히 억만장자 사업가 출신 벳시 디보스 교육장관 내정자가 학교 선택권을 강조하는 '바우처 제도'와 자율형 공립학교(차터 스쿨)의 확대를 내세웠기 때문이다.

학부모 토냐 킹(48)은 "우리 사회의 건강한 교육환경을 위해 교육 민영화 정책에 적극적으로 대항할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학부모 샌드라 하브르(43)는 "디보스 교육장관의 학교 선택권과 자율형 공립학교 확대는 우려스러운 정책"이라며 "우리 지역사회에 자율형 공립학교가 들어서지 못하도록 힘을 보탤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20일에는 일부 학교에서 동맹휴교가 이뤄지거나 수업시간에 정부의 역할과 선거, 민주주의 등을 놓고 열띤 토론이 벌어질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실제로 LA교육청은 최근 대통령 취임식 날을 '통합의 날'(Unity Day)로 선언한 바 있다.

LA교육청 관계자는 "내일 학교에서 학생들이 원한다면 수업시간에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연설을 생중계로 본 뒤 역대 대통령 취임사와 비교와 토론을 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jongw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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