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어떻게 성장하느냐가 중요…위성호 사퇴 사전에 몰랐다"
내달 자경위서 차기 행장 결정…위성호·김형진·임영진·민정기 거론
(서울=연합뉴스) 박의래 기자 = 국내 최대 금융지주사인 신한금융지주가 조용병 신한은행장을 차기 회장으로 내정했다.
신한금융은 20일 이사회를 열고 전날 이사회 내 회장추천위원회(회추위)가 단독 후보로 추천한 조 행장을 차기 회장으로 내정했다.
조 내정자는 3월 신한금융 정기주주총회에서 신한금융 회장으로 선임된다.
조 내정자는 이날 이사회 후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다른 금융사도 그렇고 성장을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그는 "어떻게 성장해야 할지 생각하면 답답한 상황"이라며 "여러가지 국내외 환경이 불확실하고 어떻게 먹을거리를 찾아야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내정자는 "신한의 힘은 전략을 마련하면 일관성을 갖고 여러분들이 주시는 말씀을 더해 유연성을 가미해 나가는 강한 추진력"이라며 "로마가 1천년 동안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개방성과 수용성, 도전, 혁신 덕분인데 이런 것들을 어떻게 발휘할지 고민하고 프로세스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번에 회장으로 선정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서는 "제가 가진 차별성을 보고 이사들이 선택해 주신 것 같다"며 "누가 낫다 보다는 지금 상황에 맞는 리더십과 역량을 생각한 것 같다"고 말했다.
차기 신한은행장 등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인선에 대해서는 "아직 신한은행장 신분이고 지주사 이사들이 있어 현명하게 판단할 것으로 믿는다"라며 "은행장으로 아직 해야 할 현안들이 많아 (계열사 인선은) 아직 생각하지 못 했다"고 답했다.
전날 회추위 면접에서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이 조 내정자를 지지하겠다며 사퇴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서는 "저도 (사전에) 몰랐다"며 "이야기를 듣고 당황했다"고 말했다.
조 내정자가 신한금융 회장으로 내정되면서 이제는 신한은행장을 비롯한 계열사 CEO들의 인사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한금융은 내달 중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를 열고 신한은행장을 포함해 신한금융투자,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등 오는 3월로 임기가 끝나는 계열사들의 인사를 진행한다.
현재 차기 신한은행장으로는 조 내정자와 회장 자리를 놓고 경쟁했던 위성호 신한카드 사장이 급부상한 상태다.
위 사장은 지난 19일 회추위 최종 면접에서 "신한의 미래를 위해 조 행장이 회장이 되는 것이 순리라고 생각한다"며 "차기 회장을 도와 조직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다"며 후보직 사퇴의 뜻을 밝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차기 행장직을 염두에 두고 막판에 조 내정자 지지를 결정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내달 열리는 자경위에는 조 내정자가 참여하지는 않지만, 한동우 현 회장이 새 회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조 내정자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번 신한금융 회장 인선에서 조직의 안정과 순리를 강조한 것도 위 사장의 차기 행장에 힘이 실리는 부분이다.
전날 회추위 후 열린 기자단 브리핑에서 이상경 회추위원장은 "조 내정자를 선임하는 과정에서 안정적 발전을 중요하게 여겼다. 안정적인 것은 순서대로라는 말"이라며 "신한금융에서 회장 다음은 은행장이고 그다음은 카드, 생명 순이다"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의 설명대로 진행된다면 차기 행장은 계열사에서 두 번째로 큰 신한카드 사장이 하는 것이 순리이기 때문이다.
위 사장 외에 김형진 신한지주 부사장도 차기 행장 후보로 꼽힌다.
김 부사장은 이전부터 위 사장, 이성락 전 신한생명 사장과 함께 1958년생 개띠 트로이카로 불리며 '신한의 미래'라는 평가를 받았다.
조 내정자가 행장으로 선임되기 직전에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을 역임했다는 점에서 민정기 사장도 후보군으로 꼽힌다.
한 회장과 9살 차이 나는 조 내정자가 회장에 뽑히며 세대교체가 시작된 만큼 1960년생인 임영진 신한금융 부사장을 행장에 올려 세대교체의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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