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사복귀 늦추고 독도 공세…한일갈등 장기화 기로

입력 2017-01-20 10:40   수정 2017-01-20 10:48

日 대사복귀 늦추고 독도 공세…한일갈등 장기화 기로

소녀상 조기 해법 난망…중재 노력 美오바마 행정부는 퇴장

전문가 "위안부합의 여론 설득하고 독도 과잉 쟁점화 피해야"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시민단체의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로 촉발된 한일 갈등이 장기화의 기로에 섰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무상은 19일 한일관계 현황을 협의한 뒤 지난 9일 일시귀국시킨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대사를 이번 주 중에는 복귀시키지 않기로 했다고 일본 언론이 20일 보도했다.

최근 정부는 '외국 공관 앞 조형물 설치는 바람직하지 않다'(윤병세 외교부 장관), '소녀상과 독도를 연계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조준혁 외교부 대변인) 등 일본의 입장을 배려하는 듯한 발언을 이어가며 갈등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일본 측은 전혀 호응하지 않는 모양새다.

오히려 20일자 일본 언론은 "소녀상에 대해 한국 정부가 움직이지 않으면 귀임시키지 않는다는 방침"(산케이 신문), "총리 등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아사히 신문)는 등 강경한 아베 정권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여기에 더해 일본 정부는 평창 동계올림픽 홈페이지에 '독도' 표기를 하지 말아줄 것을 한국 정부에 요청했다고 교도통신이 20일 보도했다. 경기도의회의 독도 소녀상 설치 추진에 대해 기시다 외무상이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주장한 것과 비슷한 맥락의 조치였다.

외교가는 위안부 합의 문제에 대한 한국내 여론,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소녀상 문제에 대해 정치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한국 정부의 상황 등을 일본 정부도 모르지는 않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가 소녀상, 독도 문제에서 강경 기조를 보이는 것은 리더십 공백으로 힘이 빠진 한국 정부를 강하게 압박함으로써 자국내 보수 지지층을 만족시키는 측면, 한국의 차기 정부를 향해 '한일관계에서 호락호락 넘어가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측면 등을 두루 의식한 데 따른 것으로 관측통들은 보고 있다.

이 같은 아베 정권의 기류와 위안부 문제의 민감성, 한국 정부의 리더십 공백 등을 감안할 때 한일 갈등 상황은 장기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부산 동구청장이 "소녀상을 보호하기 위한 CCTV(폐쇄회로 TV) 등 모든 조처를 취하겠다"고 공언한 터에 정부가 행정력을 동원해 소녀상 이전에 나설 가능성은 현재로선 희박해 보인다.

또 한일간의 중재에 상당한 공을 들였던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20일자로 물러나는 만큼 미국의 중재를 기대하기도 당분간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9일 일시 귀국한 나가미네 대사의 복귀(일본→한국)가 일본 언론 보도대로 내주 이후로 미뤄질 경우 2012년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도 방문 때 주한 일본대사의 일시 귀국 기간(12일)을 넘기게 된다.

한일간 갈등이 장기화하면 한국내에서 위안부 합의 파기론은 점점 힘을 받을 전망이다.

'해결을 위해 노력한다'는 한일 위안부 합의의 소녀상 관련 문구가 모호한 까닭에 일본은 '한국이 합의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하고, 한국은 '합의에 따라 해결 노력을 하고 있다'고 주장할 경우 공방은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계속될 수밖에 없다.

이원덕 국민대 교수는 "동북아 공간에서 한일이 위안부 문제에만 매몰되어선 안 된다"며 "위안부 합의를 통해 외교적으로는 문제를 매듭지은 것으로 하되, 종결될 수 없는 여성 인권 옹호 및 역사 교육과 관련한 노력은 계속하는 식으로 '외교'와 '인권'의 측면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세영 동서대 교수는 "한국 새 정부 출범때까지 한일 갈등 국면이 지속될 수도 있다고 본다"며 "한국 정부는 상황 악화를 막는 대응을 하면서 위안부 문제에서 국내 반대 여론을 설득하는 노력을 더 해야하고, 자신감을 갖고 지켜야할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먼저 나서서 쟁점화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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