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위대한 미국을 외치며 중국의 고삐를 죄겠다는 자신만만한 협상가 도널드 트럼프 제45대 미국 대통령 대(vs) 중국을 위대하게 만드는 데에서 집권 정당성을 찾는 강력한 지도자를 둔 경제대국 중국"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전망이 상당히 암울하기는 하지만, 양쪽이 맞붙었다가는 설전을 벌이는 것보다 실제로 잃을 것이 훨씬 많다는 점이 오히려 낙관할 만한 부분이라고 19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양쪽이 무역전쟁 가능성에 엄포를 놓고 있으나 피해가 막심할 것이므로 섣불리 전쟁에 나설 수 없으리라는 전망이다.
통상 전쟁이 벌어진다면 결과적으로 누가 승리하든지 관계없이 양국의 중대 산업은 협상에 저당 잡힐 수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먼저 중국 쪽을 보면, 상품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3분기 기준으로 10년 전의 반토막 수준인 2.6%에 불과하지만, 외국과의 관계를 위축하는 게 아니라 확장하는 것이 꼭 필요한 시점이다.
2006년 중국은 부동산 사유화로 촉발된 투자 붐을 탔지만, 10년이 지난 현재는 주택 수요가 고공행진하고 수출은 감소하고 있으며 효율성 떨어지는 국영 기업들은 빚더미를 늘리고 있다.
차기 지도부를 구성할 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19차 당대회)를 앞둔 시 주석에게 올해는 미국과 통상 갈등을 빚기에 특히 때가 좋지 않다.
경제 전문가들은 트럼프가 공언한 대로 최고 45%의 관세를 부과하면 중국 경제성장률이 1∼3%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 경우 실업이 급증하면서 정치적으로 최악의 시기를 맞을 수 있으며 중국이 현재 할 만한 여유가 없는 추가 경기부양의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미국 쪽에서도 중국과의 무역 갈등에 따를 피해는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수출에서 중국 비중은 8%에 불과해 캐나다와 유럽연합(EU)에 대한 수출 비중이 각각 20% 정도인 것보다 훨씬 작다.
이런 숫자로는 실물경제가 볼 타격이 얼마나 될지 예측하기 어렵지만, 미국 주요 기업의 장부를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항공기 제조사 보잉이 중국에서 얻는 수입은 13%이며 아이폰 제조사 애플은 판매의 5분의 1을 중국에서 올린다.
트럼프의 농촌 유권자들에게 상당한 수입을 안겨주는 대두 역시 미중 통상전쟁의 피해를 보게 될 부문이다.
서비스 부문에서도 미국은 세계 서비스 수입지출의 13%를 차지하는 중국을 상대로 상당한 흑자를 내고 있다.
미국 기업서비스 부문의 중국 고객 40%가 국영 기업이므로 양국 갈등은 쉽게 영향을 받게 될 것이고 미국의 금융데이터·전자결제 기업들 역시 고전할 수 있다.
고관세로 물가가 상승하면 이에 신속히 대응하도록 연방준비제도(연준)를 압박하는 목소리를 키울 수 있고 이는 트럼프 정부의 경제 회복과 증시 반등을 제한할 수 있다.
WSJ는 "트럼프는 더 강력한 미국의 협상전술을 주장해 왔지만, 그의 목표는 성장과 일자리 촉진이지 무역전쟁은 아니며 중국도 실용주의에 부합하는 쪽으로 강력한 언어를 써온 역사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은 당국 보호를 받는 산업 부문을 의미 있게 개방하면 더 포괄적인 협상의 길이 열릴 수 있다"며 "투자자들은 공개적인 말싸움이 비공개적인 협상 및 거래와 맞물리기를 희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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