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론, 입당론, 연대론' 백가쟁명 말씀 온다…많이 듣고 깊이 생각"
'허물·험담도 낙으로 생각하라' 조언에 "그런 것들이 다 공부가 됐다"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배영경 류미나 기자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0일 정의화 전 국회의장,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등 이른바 '제3지대' 인사들과의 회동 일정과 관련해 "가능한 대로 빨리 만나겠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조계사에서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을 면담하고서 기자들과 만나 "조만간 정치지도자들을 일정을 잡아서 만나게 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반 전 총장은 자승 총무원장이 "흠집 내는 기자들 악수 한 번 더 해주고, 반대 피켓 든 사람 한 번 더 껴안아주라"고 당부하자 "잘 알겠다. 열린 마음으로 국민만 보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고 면담에 배석한 박진 전 의원이 전했다.
자승 총무원장이 "이 길 가는데 소낙비가 쏟아지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시라. 허물과 험담도 낙으로 생각하시라"고 한 데 대해 반 전 총장은 "그런 것들이 다 공부가 된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또 자승 총무원장이 "원칙과 소신만 내세우면 불통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하자 반 전 총장은 "저도 원칙을 중시하지만,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사람이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늘 중재하고 조정하고 화합하는 데 힘써 왔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은 앞서 정세균 국회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정 의장이 "정당은 결정하셨는가"라고 묻자 "못 했다. 많은 분이 백가쟁명과도 같은 말씀을 주신다. (독자) 창당하는 게 좋다, 여기(기성정당) 가는 게 좋다, 연대하는 게 좋다 등등이다. 많이 듣고 깊이 생각하겠다"고 답했다고 반 전 총장의 이도운 대변인이 전했다.
정 의장이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을) 어떻게 할지 모르지만, '벼락치기 시험공부'라도 해야 하시는 것 아니냐"고 조기대선 가능성을 거론하자 반 전 총장은 "지난해 12월 31일까진 유엔 사무총장 직분에 충실하느라 시험공부를 하지 못했다"고 대답했다.
반 전 총장은 "제가 국가에 기여할 수 있을까 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어떤 면에서는 우리 국민이 너무 서로 미워하고 증오하는 것 같다. 미움과 증오, 이런 전반적 분위기는 고쳐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겠다고 얘기한다. 그런데 우린 국내 정치에 함몰돼 이런 문제에는 소홀히 하는 것 같아 걱정"이라며 "(정치인들이) 안보는 당연히 중요하다고 하면서 신경은 잘 안 쓰는 듯한 인상을 주는데, 이러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반 전 총장은 국민의당 소속 박주선 국회 부의장을 만나서도 신당 창당이나 기성정당 입당 등 정치적 거취에 대해 "아직은 결정한 것이 없다"고 밝혔다. 박 부의장이 "총장님 정체성이 국민의당에 맞지 않나"라고 하자 "고맙다"고 웃어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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