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년 '축사노예' 가해자 징역3년…法 "엄단" 여론은 "솜방망이"

입력 2017-01-20 14:26   수정 2017-01-20 15:42

19년 '축사노예' 가해자 징역3년…法 "엄단" 여론은 "솜방망이"

법원 "경종 울리려 엄벌" 참작 사유 배척…법조계 "통상 집행유예 선고"

누리꾼들 "젊은 시절 도둑맞고 인권 유린 당해…죄질 비해 처벌 약해"

(청주=연합뉴스) 전창해 기자 = 전 국민의 공분을 산 청주 '축사노예' 사건의 가해부부에게 법원이 단죄를 내렸다.

부부 중 상대적으로 죄질이 중한 부인은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아, 철창 안에서 죗값을 치르게 됐다.

과거 '염전 노예' 사건 가해자들이 대부분 집행유예를 받은 것과 비교하면 법원의 엄벌 의지가 담긴 판결이라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하지만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19년이라는 오랜 피해 기간을 고려하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적인 반응이 나온다.






청주지법 형사합의12부(이현우 부장판사)는 20일 지적 장애 2급의 고모(47)씨에게 19년간 무임금 강제노역을 시키고,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며 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오모(63·여)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함께 기소된 남편 김모(69)씨에게는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120시간의 사회봉사를 명령했다.

피해자 고씨는 1997년 여름 천안 양돈농장에서 일하다 행방불명된 뒤 소 중개인의 손에 이끌려 청주시 오창읍에 있는 김씨의 농장으로 왔다.

이곳에서 그는 19년간 축사 창고에 딸린 쪽방에서 생활하며 소 40∼100여마리를 관리하거나 밭일을 하는 등 무임금 강제노역에 시달렸다.

지난해 7월 1일 밤 축사를 뛰쳐나온 고씨는 경찰에 발견돼 가족과 극적으로 상봉했다.

경찰 조사를 통해 모든 범행이 드러난 김씨 부부는 형법상 노동력 착취 유인, 상습준사기, 상해, 근로기준법 위반,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무려 5가지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김씨 부부는 일부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고씨를 일부러 데려오지 않았고, 상습적으로 때린 적도 없다며 중요 범행은 부인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피해자 고씨의 일관된 증언, 적법하게 채택된 증거, 목격자 진술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들의 범행이 모두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장애인도 일반인처럼 자신의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기본적인 사회 이념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범행으로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김씨 부부의 형량을 정하는 데 참작할 요소도 상당수 있었다.

김씨 부부는 민사소송을 통해 고씨에게 1억6천만원의 합의금을 지급했다. 이후 고씨 가족은 원수와도 같을 김씨 부부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가해부부에 대한 선처보다는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데 방점을 뒀다.

재판부는 "피해자 측과 합의했더라도 과연 선처하는 게 마땅한지 상당히 고민했다"고 운을 뗀 뒤 "최근 잇따라 불거진 장애인 인권유린 사건을 보고 사회적 경종을 울리는 차원에서 피고인들에게 중형을 선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부부 모두에게 실형을 선고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보여, 가담 정도가 상대적으로 가벼운 남편 김씨에 대해서는 선처한다"고 덧붙였다.

부부 모두는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죄질이 중한 부인 오씨 만큼은 참작 사유를 모두 배척하고 죗값에 상응하는 실형을 선고했다는 뜻이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그간의 판례를 볼 때 재판부가 엄단을 내렸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뤘다.


대표적으로 비교할 만한 사례가 2014년 발생한 '염전 노예' 사건이다.

현행법상 장애인 인권을 짓밟고, 노동력을 착취한 이 사건과 관련 20건의 재판이 진행됐는데, 기소된 업주들은 합의를 이유로 대부분 '면죄부'를 받아 집행유예 처분을 받는 데 그쳤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피고인이 반성의 태도를 보이고, 합의를 마친 데다 피해자 측에서 처벌까지 원하지 않는 통상의 사건에서는 집행유예가 선고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번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일으켰다는 점에서 재판부가 엄중한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하지만 법조계의 해석과 이번 판결을 바라보는 국민 정서와는 상당한 시각차를 보였다.

누리꾼들은 재판부가 지나치게 가벼운 형벌을 내린 것 아니냐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법적 형량을 떠나 국민 정서와는 지나치게 동떨어진 결과라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젊은 시절 19년을 도둑맞았고, 인권을 유린당했는데 징역 3년이라니 정말 이해할 수 없다. 똑같이 되갚아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른 네티즌은 "장애인을 강제로 데려다 20년 가까이 강제노역시키고, 문제가 돼도 몇년만 감옥살이하면 된다니 대한민국이 법치국가가 맞는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jeonc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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