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취임] 사령탑 부재 한국외교, 대북공조 시험대

입력 2017-01-21 11:32   수정 2017-01-21 11:39

[트럼프 취임] 사령탑 부재 한국외교, 대북공조 시험대

한미 외교장관 회담 조기 성사 통한 대북정책 조율 급선무

'中日협공' 시달리는 한국, 대미외교서 정상공백 핸디캡 극복할지 주목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0일(현지시간) 닻을 올린 가운데 한국 외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등 북한의 도발과 위협에 대응한 긴밀한 한미 공조를 끌어 내야 하는 숙제를 안았다.

특히 대통령 탄핵 국면으로 당장은 정상외교가 어려운 상황에서 한미 외교장관회담을 조속히 성사시켜 대북정책 등을 면밀히 조율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트럼프 전화 받을 사람 없는' 상황서 한미 외교장관 대면 조기성사 중요

트럼프 행정부 참여 가능성이 거론되는 빅터 차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는 지난 18일 서울에서 행한 강연에서 "트럼프가 (북한과 관련한 중요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한국의 지도부와 대화를 하려 해도 전화받을 상대방이 없다"며 "이는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의 기류를 잘 아는 차 석좌의 발언은 한국 정상의 공백 상황이 한미간 긴밀한 대북 조율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임을 직설적으로 거론한 것이었다. 과도기적 상황을 관리하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 간의 의미 있는 소통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었다.

이미 북한이 ICBM 시험 발사에 필요한 준비를 거의 마친듯한 정황이 한미 정보당국에 포착됐다.

그런 만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필두로 한 우리 외교 라인은 윤 장관 등의 조기 방미를 성사시킴으로써 미측과 긴밀한 대북정책 조율을 해야 할 상황이다.

이번 달에는 주요 20개국(G20) 외교장관회의(16~17일)와 뮌헨안보회의(17~19일) 등 한미 외교장관이 나란히 참석하는 다자회의가 예정돼 있어 이를 계기로 두 장관이 만날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대북 제재·압박 기조에 대한 미국 새 행정부의 동의를 얻고 북한의 향후 행동별 대응 방안을 조율하려면 1시간 안팎의 다자회의 계기 회담보다는 윤 장관의 방미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중일 '협공'에 속수무책 한국외교, 대미외교에 승부수 던질듯

정상 공백 상황에서 현상유지에도 버거운 한국 외교는 불확실성이 큰 트럼프 행정부의 '우선순위' 목록에서 북핵 문제를 위쪽으로 올리고, 한미동맹 중시 기조를 확인받아야 할 상황이다.

아직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내정자의 상원 인준 절차가 끝나지 않은 데다 한반도 라인에 대한 후속 인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기에 대북 정책 기조가 구체적으로 정립되는 시점은 상반기를 넘길 수 있다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결국 북한이 조기 도발로 '판'을 흔들 경우 우리 정부가 주도적으로 대북 대응 방안을 미측에 제시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작년 10월 말 이후 정상외교의 공백 속에 한국 외교는 중국과 일본의 협공에 사실상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그 역량을 시험받고 있다.

다방면으로 확대 중인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 부산 일본 영사관 앞 소녀상 설치를 둘러싼 일본의 초강경 조치에 외교 당국은 수세적 대응밖에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작년 11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페루)에 황 권한대행이 대리 참석했고 12월에 열리는 방향으로 논의되던 한일중 3국 정상회의는 한국의 탄핵 국면에서 열리지 못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포효'한 최근 다보스 포럼에서 장관(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참석한 한국의 존재감은 미미했다.

앞으로 한국 정부가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의 핸디캡을 딛고 트럼프 대통령과의 '첫 단추'를 잘 꿴다면 한반도 및 대 주변국 외교에서 '상황 관리'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그 여파는 차기 정권 때까지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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