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문제'로 가닥…세부요인 지목여부 주목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한지훈 기자 = 삼성전자[005930]가 단종 사태까지 초래한 갤럭시노트7의 발화 원인 조사결과를 23일 발표한다.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장인 고동진 사장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다목적홀에서 국내외 미디어를 상대로 기자회견을 열고 조사결과를 공개할 예정이다.
기자회견에는 삼성전자 관계자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의 의뢰를 받은 미국 안전인증 회사 UL 관계자 등 원인 조사에 참여한 외부 인사들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작년 10월 11일 갤럭시노트7의 단종을 결정한 직후부터 3개월여 동안 정확한 발화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기 위해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왔다.
그간 업계에선 발화원인에 관한 다양한 관측이 나왔다.
배터리 제조 과정상 문제에 따른 결함이 여전히 유력한 후보로 꼽히며, 이와 함께 갤럭시노트7이 예전 제품들에 비해 부품 배치 밀도를 높이고 방수·방진 기능까지 추가하는 바람에 열을 외부로 충분히 배출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많이 거론됐다.
홍채인식 센서에 의한 과부하가 있었거나 배터리 전류 공급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결함 등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삼성전자는 공식 발표 전에는 조사결과 내용을 언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기기 본체의 하드웨어·소프트웨어적 결함보다는 배터리 결함을 발화 사고의 원인으로 지목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정확히 어떤 경우에 발화가 일어나는지 조건을 재현하려는 시도를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원인 규명이 미궁에 빠진 보잉 드림라이너 787 배터리 발화 등 유사 사건의 전례를 감안하면 이런 시도의 성공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는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본체나 배터리의 설계·공정상 어떤 부분이 문제였는지 세부 사항까지 규명하고, 그 문제를 없앴더니 발화 사고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까지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100% 해결'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의 발화원인 규명이 어느 정도 상세한 수준까지, 또 얼마나 철저히 이뤄졌는지가 관심사다.
삼성전자는 작년 9월 2일 갤럭시노트7 리콜을 발표하면서 발화 원인을 특정 협력업체(삼성SDI)의 배터리로 지목했으나, 그 후 다른 협력업체(중국 ATL)의 배터리가 든 교체 기기들에서도 발화 사고가 발생하면서 '첫 원인조사가 미진한 상태에서 성급한 결론을 내렸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삼성전자가 이들 협력업체에 배터리를 주문하면서 배터리 밀도를 크게 높이는 등 무리한 요구조건을 제시하는 바람에 결함 발생 가능성이 커진 것 아니냐는 의문에 관해서도 해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갤럭시노트7에 들어간 배터리는 전작 갤럭시노트5의 3천mAh(밀리암페어시)보다 15% 이상 용량이 큰 3천500mAh였고, 크기를 줄이기 위해 사각 모서리를 라운드 처리하는 등 제조가 매우 까다로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의 이번 조사 결과가 발화의 세부요인까지 딱 부러지게 짚어내고 이를 설득력 있게 설명할 수 있을 정도인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
다만 크게 보아 어느 부분에서 문제가 발생한 것인지 파악하고 소비자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재발 방지책을 내놓는 것은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발화 요인이 배터리 결함인지, 기기 본체 하드웨어 문제인지, 기기 본체 소프트웨어 문제인지, 혹은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결합해 나타난 문제인지를 큰 틀에서 파악하기만 해도 상당한 성공일 수 있다.
갤럭시노트7 발화의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는 삼성전자가 조만간 선보일 갤럭시S8 흥행 성공의 선결 과제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차기 전략 스마트폰의 안전성을 확보하기 위한 검증 프로세스 강화 방안 등을 제시할 가능성도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조금 낮추거나 발열 시 전원을 차단하는 기준 온도를 조금 낮추는 방안 등을 고려할 수 있다"며 "제품 시험 단계에서 가혹한 환경에 노출하는 정도를 세게 하는 것은 물론이다"고 말했다.
hanj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