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 법정 증언
"SK, 독일 비덱에 직접 송금해달라 하니 난색 표해"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현혜란 기자 = 부영 그룹이 K스포츠재단에 자금 지원 의사를 밝히면서 세무조사를 막아달라고 부탁했다는 내용이 법정에서 생생히 공개됐다.
'비선실세' 최순실(61)씨는 부영이 이 같은 조건을 달자 "지원을 받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은 2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부영 이중근 회장과의 자금 지원 논의 과정을 증언했다.
정 전 사무총장에 따르면 K재단 인사들은 지난해 2월 이 회장을 만나 5대 체육인재 육성사업 지원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정 전 사무총장이 이 회장에게 "하남 거점 지역 설립과 관련해 운영 지원을 부탁한다"고 말하며 "금액은 70억∼80억 정도"라고 운을 뗐다.
이 회장은 "최선을 다해 돕겠다"면서 "다만 부당한 세무조사를 받게 돼 억울한 면이 있다"는 얘길 꺼냈다고 한다.
이런 대화가 오갈 때 안 전 수석도 자리에 함께 있었다고 정 전 사무총장은 진술했다.
정 전 사무총장은 속으로 '세무조사는 이런 식으로 무마하는구나'라며 상당히 놀랐다고 한다.
다만 안 전 수석은 그 자리에서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정 전 사무총장은 기억했다.
정 전 사무총장이 이 같은 논의 내용을 최씨에게 보고하자 최씨는 "부영이 그런 조건을 달면 지원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는 안 전 수석에게도 "세무조사 무마 조건 지원은 받지 마라"고 했다고 정 전 사무총장은 증언했다.
K스포츠재단은 이후 롯데 측에 접선해 70억원을 지원받는다.
이날 법정에서는 K스포츠재단이 SK측에 해외 전지훈련 예산을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던 일도 상세히 고개됐다.
SK측이 '특정 재단의 전지훈련 비용을 내는 건 어렵지만 30억원을 기부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해 K스포츠재단 측에서 '독일 비덱에 바로 돈을 송금해달라'고 하니 SK가 난색을 표했다는 것이다. 비덱은 최씨와 딸 정유라씨가 지분 100%를 가진 개인 회사다.
정 전 사무총장은 "SK에서 돈을 흔쾌히 주는 상황이 아닌데 자꾸 무리하게 돈을 받는 게 좋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런 내용으로 회장님(최순실)께 건의했고, 회장님도 그건 아닌 것 같다고 해서 받지 말자고 했다"고 증언했다.
정 전 사무총장은 이 비덱에 대해서도 "뭐하는 곳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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