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전후 부산의 모습은…임응식·정인성 사진전

입력 2017-01-21 09:00  

1950년 전후 부산의 모습은…임응식·정인성 사진전

리얼리즘 두 거장 피란전후 흑백사진 240점 전시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1950년 전후 피란민과 민초의 삶을 다각적인 시각에서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사진전이 열린다.

부산시립미술관은 다음 달 26일까지 '시간의 산책자들-임응식·정인성展'을 연다고 21일 전했다.

임응식(1912∼2001)과 정인성(1911∼1996)은 부산 1세대 사진 작가다.

일제 강점기, 부산에서 사진을 시작했던 두 작가는 마치 복제된 삶처럼 한국 사진문화의 정착을 위해 평생을 바쳤다. 부산에서 사진을 시작했지만 한국 사진 역사의 시작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당시 사진에 관심을 둔 국내 작가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는 잘 알려진 임응식 작품과 함께 그동안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었던 정인성 작품을 포함해 240여 점이 선보인다.

부산 대신동에서 태어난 임응식은 중학교 입학 선물로 카메라를 받은 것이 계기가 돼 사진을 시작했다. 1946년부터 부산에서 사진현상소 '아르스'(ARS)를 운영했다. 그는 부산 최초의 사진동우회인 부산광화회 결성을 주도했다.


임응식의 작품 경향은 6.25 전쟁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일제 강점기에는 서정적이고 향토적인 소재를 담은 이른바 '살롱 사진'과 '회화주의 사진'을 주로 찍었다.

한국전쟁 기간 중 종군 사진기자로 참전하면서부터 그는 현실을 그대로 담아내는 '생활주의' 사진, 리얼리즘 정신이 담긴 사진을 남기기 시작했다.

그는 1952년 6월 서울에서 피란 온 대한사진예술연구회 회원들과 합동전시를 부산에서 열기도 했다. 같은 해 12월에 한국사진작가협회를 창립하고 회장을 맡았다.

1954년 서울로 이주한 임응식은 1957년 미국현대미술관(MOMA)의 사진전 '인간가족전'을 경복궁 미술관에 유치하는 데 힘쓰기도 했다.


정인성은 경남 양산에서 출생했다. 서울 휘문고등보통학교 5학년 재학시절 사진에 입문했다.

1935년 일본 도쿄사진전문학교를 졸업한 그는 1940년대와 1950년대, 특히 한국전쟁 피란 수도시절 부산에서 임응식과 함께 우리나라 사진의 역사를 여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1957년부터 부산대에서 사진예술론, 1965년부터 한성여자초급대학(현 경성대)에서 사진기법, 1966년부터 동아대에서 사진학을 강의하는 등 대학에서 후학 양성에도 힘썼다.




현상·인화 등 암실 작업을 직접했던 그는 '사물의 본성에 대한 집요한 탐구'라는 사진 철학을 작품에 담으려 노력했다.

완벽한 구성과 조형미의 추구를 위해 비연출과 스냅숏(상대방이나 주위에서 알지 못하게 촬영하는 것) 등 리얼리즘 사진의 절대 원칙을 고수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고달픈 현실 속에서도 따뜻하고 넉넉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정인성 스타일 사진을 구축했다.


전시 안의 전시로 마련된 '임응식과 한국전쟁 1950∼1953' 코너에서는 한국전쟁 종군 기록사진 중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사진 30점이 공개된다.

정인성은 근대 사진작가 중 정규 사진학교 과정을 수학한 최초의 작가이다. 그가 사용한 카메라와 전시회 팸플릿도 작품과 함께 전시된다.

이번 전시의 주제 '시간의 산책자들'은 발터 벤야민의 에세이 '산책자'에서 개념을 빌려온 것이다.

전시를 기획한 이진철 학예관은 "시대의 한 순간을 카메라로 포착했던 두 작가의 사진들로 구성된 거리를 산책자처럼 거닐면서 기록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만날 수 있도록 전시 동선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ljm70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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