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리즘 두 거장 피란전후 흑백사진 240점 전시
(부산=연합뉴스) 이종민 기자 = 1950년 전후 피란민과 민초의 삶을 다각적인 시각에서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사진전이 열린다.
부산시립미술관은 다음 달 26일까지 '시간의 산책자들-임응식·정인성展'을 연다고 21일 전했다.
임응식(1912∼2001)과 정인성(1911∼1996)은 부산 1세대 사진 작가다.
일제 강점기, 부산에서 사진을 시작했던 두 작가는 마치 복제된 삶처럼 한국 사진문화의 정착을 위해 평생을 바쳤다. 부산에서 사진을 시작했지만 한국 사진 역사의 시작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당시 사진에 관심을 둔 국내 작가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에는 잘 알려진 임응식 작품과 함께 그동안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었던 정인성 작품을 포함해 240여 점이 선보인다.
부산 대신동에서 태어난 임응식은 중학교 입학 선물로 카메라를 받은 것이 계기가 돼 사진을 시작했다. 1946년부터 부산에서 사진현상소 '아르스'(ARS)를 운영했다. 그는 부산 최초의 사진동우회인 부산광화회 결성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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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응식의 작품 경향은 6.25 전쟁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일제 강점기에는 서정적이고 향토적인 소재를 담은 이른바 '살롱 사진'과 '회화주의 사진'을 주로 찍었다.
한국전쟁 기간 중 종군 사진기자로 참전하면서부터 그는 현실을 그대로 담아내는 '생활주의' 사진, 리얼리즘 정신이 담긴 사진을 남기기 시작했다.
그는 1952년 6월 서울에서 피란 온 대한사진예술연구회 회원들과 합동전시를 부산에서 열기도 했다. 같은 해 12월에 한국사진작가협회를 창립하고 회장을 맡았다.
1954년 서울로 이주한 임응식은 1957년 미국현대미술관(MOMA)의 사진전 '인간가족전'을 경복궁 미술관에 유치하는 데 힘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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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성은 경남 양산에서 출생했다. 서울 휘문고등보통학교 5학년 재학시절 사진에 입문했다.
1935년 일본 도쿄사진전문학교를 졸업한 그는 1940년대와 1950년대, 특히 한국전쟁 피란 수도시절 부산에서 임응식과 함께 우리나라 사진의 역사를 여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1957년부터 부산대에서 사진예술론, 1965년부터 한성여자초급대학(현 경성대)에서 사진기법, 1966년부터 동아대에서 사진학을 강의하는 등 대학에서 후학 양성에도 힘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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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인화 등 암실 작업을 직접했던 그는 '사물의 본성에 대한 집요한 탐구'라는 사진 철학을 작품에 담으려 노력했다.
완벽한 구성과 조형미의 추구를 위해 비연출과 스냅숏(상대방이나 주위에서 알지 못하게 촬영하는 것) 등 리얼리즘 사진의 절대 원칙을 고수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고달픈 현실 속에서도 따뜻하고 넉넉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정인성 스타일 사진을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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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안의 전시로 마련된 '임응식과 한국전쟁 1950∼1953' 코너에서는 한국전쟁 종군 기록사진 중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사진 30점이 공개된다.
정인성은 근대 사진작가 중 정규 사진학교 과정을 수학한 최초의 작가이다. 그가 사용한 카메라와 전시회 팸플릿도 작품과 함께 전시된다.
이번 전시의 주제 '시간의 산책자들'은 발터 벤야민의 에세이 '산책자'에서 개념을 빌려온 것이다.
전시를 기획한 이진철 학예관은 "시대의 한 순간을 카메라로 포착했던 두 작가의 사진들로 구성된 거리를 산책자처럼 거닐면서 기록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만날 수 있도록 전시 동선을 구성했다"고 말했다.
ljm70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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