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말 실행 여부 지켜봐야…당장 무역전쟁 나진 않을 것"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20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와 보복 조치 위협을 겨냥해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그는 보호주의 강화를 천명해온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에서 제조한 후 미국에서 판매하는 독일 등 외국 차량에 35%의 '국경통과세'를 매기려는 태도는 '불공정하다'고 지적했다.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 참석 중인 쇼이블레 장관은 이날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과 한 인터뷰에서 우선 "트럼프식 커뮤니케이션 방식과 정부 정책을 혼동해선 안 된다. 일단 지켜보자. 내일 당장 대규모 무역전쟁이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그러면서도 슈피겔 측이 '그럼에도 그런 위협이 현실화되면 어떻게 할 것이냐'고 묻자 "미국도 여러 국제협약에 서명했다. 우리는 미국이 기존 협약들을 준수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트럼프가 만약 미국인들에게 어떤 상표 자동차를 사라고 지시할 경우엔 "행운을 빈다"고 얘기해 주겠다고 비꼰 뒤 "그러나 이건 내가 생각하는 미국이 아니다. 미국의 모습이 아니다"며 비판했다.
쇼이블레 장관은 '대서양 양안(미국과 유럽)관계와 세계 무역의 미래가 지금처럼 불투명한 적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의미심장한 답변을 했다.
그는 먼저 1956년 헝가리 민중봉기 당시 공산세력의 억압을 생생히 기억한다면서 비슷한 시기 수에즈운하 위기 때문에 소련이 파리와 런던을 핵 공격하겠다고 위협했으며, 1962년 쿠바위기 때에도 평화를 걱정해야 했다고 회고했다.
아울러 "우리는 흐르는 시간 속에 살고 과거에 늘 문제가 있었고 오늘날도 마찬가지라면서 "그러나 언제든 남을 억누르려는 실수를 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중도보수 기독교민주당원으로서 수십년간 정치생활을 해온 쇼이블레 장관의 이 발언은 과거엔 소련 등 공산권의 위협이 있었으나 이젠 미국 대통령이 억압과 위협을 가하려 한다는 생각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한편, 올해 다보스포럼에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자본주의 국가들의 정상이 아닌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트럼프에 맞서 자유무역과 세계화의 수호자 역할을 본의 아니게 떠맡게 됐다.
이 일이 섭섭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쇼이블레 장관은 "WEF가 시 주석을 얻은 건 매우 잘 된 일이다. 메르켈이 주도하는 것보다 더 낫다"고 답했다.
그는 "시 주석이 이제 시장을 이해하게 됐다"며 "앞으로 독일 경제장관이 중국을 방문할 때면 시 주석의 다보스 발언을 인용하면서 중국 국내외 기업에 대한 동일 대우를 요구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쇼이블레 장관은 브렉시트가 유로존(유로화 사용권) 경제에 올해 미칠 부정적 영향은 그리 크지 않으리라고 전망하면서, 메이어 영국 총리의 발표로 이제 영국 입장과 우리와 생각이 다른 점이 분명해졌다고 밝혔다.
그는 "브렉시트와 관련해 우리 입장은 영국과 유럽 양측 모두 입을 타격을 최소화하는 것"이라면서 그러나 다른 회원국들의 동요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영국과의 협상을 호락호락하게 진행하지 않을 것을 분명히 했다.
choib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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