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혐의 입증되면 종신형…16조여원 추징할 것"…구스만, 무죄 주장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국기헌 특파원 = 멕시코 마약왕 호아킨 구스만(59)이 미국으로 인도된 지 하루만인 20일(현지시간) 미국 법정에 섰다.
구스만은 17건의 기소에 대한 기소 연정 여부를 심문받기 위해 이날 오후 뉴욕 브루클린 연방법원에 출두했다고 CNN 등 미국 언론이 전했다.
구스만은 1989년부터 2014년 사이에 미국 각지에서 마약밀매, 돈세탁, 살인교사, 불법 무기 소지 등의 혐의로 17번 기소된 상태다.
로버트 캐퍼스 뉴욕 동부 지방 검사는 공판 전에 기자회견을 열어 "혐의가 인정되면 구스만은 종신형을 언도받아 여생을 감옥에서 보내야 할 것"이라면서 "사법당국은 구스만이 불법행위로 취득한 140억 달러(약 16조4천640억 원)에 이르는 재산을 추징할 것"이라고 말했다.
캐퍼스 검사는 "구스만이 누구인지 요약하면 평생 범죄, 폭력, 죽음, 파괴로 점철된 인생을 산 인물"이라면서 "구스만은 이제 자신의 행위에 대해 대답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구스만과 변호인 측은 그러나 법정에 출두해 무죄를 주장했다.
바지와 상의가 하나로 붙은 푸른색 죄수복을 입은 채 피곤한 모습의 구스만은 2명의 국선 변호사과 함께 법정에 나타났다. 그는 10분간 이어진 공판 동안 판사의 질문에 스페인어 통역을 거쳐 답변했다.
미 검찰은 구스만의 이끈 마약조직 시날로아 카르텔은 헤로인, 코카인, 마리화나 등 마약류를 미국에서 불법유통시킨 책임이 있다며 이를 통해 수백억 달러의 부당이득을 취했다고 기소 이유를 밝혔다.
구스만은 '자신의 기소 혐의를 이해하고 있는냐'는 연방 치안판사의 질문에 "글쎄요, 지금까지 몰랐다"고 답변했다.
차기 공판일은 2월 3일로 정해졌다.
검찰 측은 현재 구스만의 유죄를 입증할 40여 명의 증인을 확보했다. 이들의 증언 등을 고려하면 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구스만은 전날 밤 텍사스 주 엘패소와 접한 시우다드 후아레스 교도소 인근 공항에서 소형 비행기를 타고 뉴욕 롱 아일랜드 맥아더 공항으로 이송됐다.
미국에서 수배를 받아온 멕시코 마약범죄 조직 수괴의 신병이 인도되는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날 전격 이뤄졌다.
이 때문에 국경장벽 설치, 멕시코산 제품에 대한 35% 관세 부과 등 반멕시코 공약을 내건 트럼프를 간접적으로 달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일각서 나오기도 했다.
멕시코 정부는 법원의 독립성이 보장돼 있다며 우연의 일치일 뿐 정치적인 의도가 없다고 부인했다.
penpia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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